[마켓관찰] 오너 경영의 지속 가능성

2023. 10.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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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능력, 대이어 물려받기보단
경쟁 속 재능·기질의 역할 커
오너경영 시대 종말 가까워져

한때 많은 사람이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의 경영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기업의 성장에 더욱 우수한지를 논의하던 시절이 있었다. 둘 다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했지만 당시 이 주제를 이야기한 언론과 사람들은 오너경영에 손을 들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유명 대기업들의 존재가 바로 오너경영의 성공 사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왜 주요 선진국에선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이 대세가 된 것일까.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에서 오너경영이 이뤄지는 기업들을 찾기란 쉬웠다. 우리가 아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수많은 서구 기업이 그랬다. 포드, 하인즈, 월트디즈니컴퍼니 등 뛰어난 창업주가 사업을 일으키고 자녀나 가족이 상속받아 잇게 하는 기업들이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너경영 기업들은 점점 수가 줄기 시작했다. 인수·합병(M&A)으로 인해 기업에서 가족의 지배력이 약해지거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는 해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자신만의 본업을 가지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경영능력을 갖춘 자녀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영능력에서 재능과 기질의 비중이 높을수록 세대를 이어감에 따라 자녀의 경영능력은 전보다 못할 가능성이 높다. 평균으로의 회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평균으로의 회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이례적인 결과는 평균에 가깝게 돌아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을 일으키는 건 통상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1대나 2대 오너다. 이들이 가진 경영능력은 평균에서 먼 이례적인 수준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시대적 배경과 운도 딱 맞아떨어졌기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부모라고 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녀를 낳는 것은 아니기에 뛰어난 부모의 자녀는 평균적으로 부모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제대로 능력을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부모 세대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만들었던 배경과 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에 비해 낮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즉, 뛰어난 창업주나 오너 경영자의 자녀는 대를 거듭할수록 평범한 수준에 가까워진다.

기업과 산업은 가장 치열한 경쟁의 장이고 매우 뛰어난 경영자들이 부딪치는 현장이다. 평범한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평범한 능력은 매우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원래 매우 수준이 높고 치열한 경쟁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드는 법이라서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세대를 거듭해 이어나가고 있는 오너경영 기업들이 존재한다. 스니커즈, 트윅스를 만들며 코카콜라컴퍼니보다도 더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미국의 마즈사나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이 대를 이어 경영을 해도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가업 승계에서 직계 장남만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계와 사위까지 포함해 가문의 전체 인물 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가업을 이어받고 나머지 능력 있는 가족들이 보좌하도록 한다.

즉, 대를 이어갈수록 평범함에 가까워지는 문제점을 가문 단위로 확장해 한 명이라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나올 확률을 높이는 걸로 해결한 것이다.

이러한 서구 기업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징이라 여겼던 오너경영이 향후 지속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현세대가 오너경영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서구의 수많은 기업이 겪어왔던 일이 우리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그렇게 앞서간 국가와 기업의 길을 밟아가는 중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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