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4억... ‘우승 제조기’ 김태형, 롯데 감독으로

김영준 기자 2023. 10. 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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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원년 멤버 롯데는 올 시즌까지 42년간 총 20차례 감독을 선임했다. 전(全)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다. 당연히 감독들 재임 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각각 세 차례(2대·6대·12대)와 두 차례(11대·18대) 지휘봉을 잡은 강병철·양상문 감독을 포함 역대 감독 17명 중 3년 이상 지휘봉을 잡은 건 4명(강병철·김용희·제리 로이스터·조원우) 뿐. 부임 후 1년 안에 물러난 감독은 3명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조원우 감독이 유일하게 계약 기간(2016~2017년)을 모두 채웠는데, 그마저도 재계약 첫해(2018년) 시즌 도중 경질됐다.

롯데 시절 로이스터 감독. 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롯데는 1984년·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30년 넘게 ‘V3′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유독 야구 사랑이 지독하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의 염원이 클 수밖에 없다. 팬들은 팀이 부진하면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이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그런 팬들을 의식한 구단에 의해 경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롯데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 불린다.

그 성배를 ‘베어스 맨’ 김태형(56) 전 두산 감독이 이어받았다. 롯데는 20일 “제 21대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며 “계약 기간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KT와 재계약한 이강철 감독과 같은 현역 감독 최고 대우다. 김태형 감독은 24일 취임식 이후 25일 상동구장에서 롯데 선수들과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롯데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며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김태형 감독이 3루 kt 더그아웃을 보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2.8.24

OB·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한 김 감독은 두산 코치를 거쳐 2015년부터 8년간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세 차례(2015·2016·2019년) 정상에 올랐다. 계약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정규 시즌 9위에 그친 뒤 두산을 떠나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맡았다. 지난 8월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이 건강 문제로 사퇴한 직후부터 김 감독의 롯데 부임설이 나왔으나, 롯데는 최근까지도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규 시즌이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김 감독을 선임했다.

그래픽=양인성

김 감독은 그동안 우승은커녕 가을야구와도 거리가 멀었던 롯데에 ‘승리 DNA’를 심어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는 2017년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6년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는 시즌 초 9연승을 달리며 한때 1위에 오르는 등 기대감을 높였으나, 결국 성적이 곤두박질 쳤고 7위로 마무리했다. 반면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라는 장기전과 포스트시즌이라는 단기전에서 모두 승리 경험이 많다. 감독으로 정규 시즌 통산 1149경기에서 645승 19무 485패(승률 0.571)를 거뒀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 감독이 두산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롯데를 제대로 진단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성격도 카리스마가 있어서 조직을 장악하고 선수단을 잘 이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뉴스1 DB ⓒ News1 김영훈 기자

롯데에서의 선수 육성은 김 감독에겐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올해 부진한 성적 속에서도 윤동희(21), 김민석(19) 등 젊은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주전을 꿰찬 대신 그 뒤를 받쳐줄 후보군의 깊이가 부족해졌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박건우, 김재환 등을 리그 정상급 선수로 키워냈지만, 당시 두산은 이미 ‘화수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수층이 탄탄했다. 이순철 위원은 “김 감독이 두산 시절엔 좋은 ‘구슬’을 잘 꿰어 ‘보배’를 만들었다면, 롯데에선 구슬부터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프로야구단 대표 출신 인사는 “두산에서는 좋은 프런트가 뒤를 받쳐준 덕에 쉽게 성과를 냈지만 롯데는 그렇지 않다”면서 “과연 김 감독 역량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선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김 감독 선임과 함께 성민규(41) 단장과 계약을 해지했다. MLB(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경력을 가진 성 단장은 2019년 롯데에 부임해 ‘프로세스 야구’라는 명목 하에 리빌딩을 추구했으나, 계약 만료 1년을 앞두고 경질되며 결국 실패로 끝났다. 롯데가 성 단장과 작별을 선택한 건 김 감독에게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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