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금융교육이 미래다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다. 민족, 인종 등에서도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지만, 가장 확실한 건 '압축 경제성장' 때문에 한국 국민의 세대 간 문화 차이가 격변해왔다는 점이다. 크게 나눠보면 보릿고개를 체험했던 '후진국 출생자',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경험한 '개발도상국 출생자', 그 이후에 태어난 '선진국 출생자' 등 세 가지 문화가 공존한다.
후진국 출생자는 태어날 때는 가난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살림살이가 나아졌고, 개도국 출생자 역시 다소간의 부침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나이와 경제력이 비례할 수 있었다.
반면 선진국 출생자들은 인생 역주행이 예고돼 있다. 쾌조의 스타트로 시작된 그들의 삶은 부모님이 은퇴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분가해 독립하는 순간 난관에 직면한다. 선진국 출생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은 의사와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 되는 길밖에 없다.
손에 물 안 묻히고 곱게 큰 선진국 출생자들에게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배가 고플지언정 손에 '기름밥' 묻히는 일은 이들이 생리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내 제조업 공장이 죄다 개도국으로 이전해 간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처럼 제조업이 괴멸해가고, 인재들이 의대에만 몰리는 한국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할까.
우리보다 앞서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선진국들의 산업 구성에 이에 대한 답이 있다. 금융업이 대표적인 해법이다.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은 한결같이 "금융산업의 중장기 미래는 그간 한국의 산업자본이 쌓아올린 금융자본을 활용한 자산운용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금융업, 특히 자산운용업을 지탱하는 핵심은 인적자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제대로 된 금융 인적자본 형성이 불가능하다. 경제금융교육이 현행 공교육 체계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 없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요행수를 설마 기대하고 있는 건가. 금융교육에 대한민국의 미래와 생존이 걸려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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