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겨냥한 구태 '삭발 정치' 이제 멈춰라 [사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삭발 행렬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이번주 소병철, 김원이 의원이 전남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촉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지난달에는 김성주, 김윤덕, 신영대,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 한병도 의원이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집단 삭발식을 열었다. 앞서 3월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윤재갑 의원이, 4월에는 양곡관리법 관철을 촉구하며 신정훈, 이원택 의원이 각각 머리를 밀었다.
삭발은 개인의 자유이고, 정치 행위의 일부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다. 절박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유효한 수단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힘도 야당 시절이던 2019년 박대출, 성일종 의원이 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황교안 당시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각각 머리를 민 전례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요즘 잇따른 집단 삭발은 도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원내 의석 169석을 지닌 거대 야당이다. 공개석상에서 굳이 머리를 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정책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삭발한 의원 11명은 모두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현역 의원 교체론이 거센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민심'보다는 '공천'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소속 청년 당원들까지 이재명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며 삭발 행렬에 동참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더불어삭발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자신들의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고 정치인들이 대뜸 머리부터 민다면 미래 세대를 짊어질 우리 청소년들이 뭐를 보고 배우겠나. 더구나 지금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볼썽사나운 구태를 멈추고 여의도로 복귀해 민생정치, 입법활동에 더 주력해 달라. 그게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제1야당 의원들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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