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여순10·19 기억과 재현, 기록 과제는?

전남CBS 박사라 기자 2023. 10.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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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10·19사건 75주기, 순천대-제주대 공동학술포럼 열어
'제주 4.3과 여순10·19의 형상화와 진상규명의 과제' 학술대회 참가자들. 순천대 인문학술원 제공

여순10·19사건 75주기를 맞아 순천대와 제주대가 문학 속에 재현된 제주4·3과 여순10·19사건을 들여다보고, 진상규명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순천대 인문학술원과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20일 순천대학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제주4·3과 여순10·19의 형상화와 진상규명의 과제'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여순10·19사건과 시적 형상화 (강진구 제주대 교수) △여순10·19사건에 나타난 국가 폭력성과 민간인 희생의 재조명 (유혜량 충현원 원장) △'승희야' 뜻을 잇는 의지, 정명 (김준표 제주대 교수) △여순사건 관련 국내 미수집 자료 현황 및 과제 (권오수 순천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발제자 모두가 참여하는 종합토론으로 이뤄졌다.

먼저, 강진구 교수는 시인 김영랑과 조기천의 작품을 통해 두 작가가 여순10·19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현한 점에 집중했다.

강 교수는 "김영랑의 여순사건 관련 작품이 압도적인 폭력성과 비인간성의 실재화를 통해 혁명성을 제거했다면 조기천은 여순사건에 참여해 영웅적인 투쟁을 전개한 인물을 형상화하면서 그 혁명성을 복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두 시인이 여순 10·19사건의 시적 작업이 비록 정치적 편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인류의 적 민족의 적으로 형상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했지만 조기천의 일련의 작업은 그간 남한 문학의 재현 체계 속에서 '민족의 경계 밖으로, 인간의 경계 밖으로 추방'된 여순10·19사건이 본래의 자리를 잡는데 새로운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천대 인문학술원과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20일 순천대학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제주 4.3과 여순10·19의 형상화와 진상규명의 과제'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박사라 기자

유혜량 충현원 원장은 여순사건 희생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고 김생옥 선생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궤적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에 시사점을 전하고자 했다.

고 김생옥 선생은 여순사건 당시 순천에서 처형된 성악가로 알려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발간한 조사보고서에는 순천여중 음악교사 김생옥은 좌익선동을 했다는 혐의로 1948년 10월 31일 죽도봉 골짝에서 사살됐다고 기록돼 있다.

유 원장은 "고 김생옥 선생과 같은 여순사건의 민간인 희생자들이 국가폭력의 희생자로 인정받으려면 국가의 기억에 편입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왜곡된 역사적 기억을 바로 잡고 재평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국가에 의해 강요된 망각의 정치를 벗어나, 현장으로부터 기억의 정치를 회복하는 일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준표 제주대 교수는 자신이 집핍 중인 소설 '승희야'의 초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설 '승희야'는 6.25와 제주4.3 등을 겪은 김 교수의 가족사를 소설로 승화시킨 것으로 '제주4.3 그리고 여순10.19의 출발은 어디였을까'란 의문제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소설을 통해 정작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정명'의 중요성"이라며 "소설 속에 '휴화산의 부활'이란 표현은 사건의 뜻을 잇는 의지인 '정명'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권오수 순천대 교수는 향후 여순사건 관련 해외자료 조사, 수집과 관련해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권 교수는 "해외 자료 수집 기관은 상호간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국내에 수집된 여순사건 관련 해외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사 및 수집 대상의 시기와 공간을 단지 여순사건이 발생한 시기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여순사건 발생 원인과 사회에 끼친 영향 등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조사, 수집돼야 한다"며 "특히 수집 자료에 대한 해제 및 주요 자료에 대한 번역 사업을 통해 자료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술원장은 "2018년 이후 탐라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네 차례에 걸친 학술대회는 제주도 4·3과 여순사건을 공동으로 연구하는데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진척되지 못했던 해외자료 조사 및 소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순천대인문학술원과 탐라문화연구원은 지난 2018년 10월 MOU를 맺은 후 5회째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순천대 인문학술원은 총 5차례에 걸친 공동학술대회 성과를 기록한 2권의 연구총서를 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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