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일본인 아내 살해한 미국인 남편 무죄 선고…"심신상실"

이혼조정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살해…살인죄 등으로 기소
변호인, 조현병 이유로 무죄 주장…검찰 "완전책임능력 상태" 반박

[도쿄=AP/뉴시스]4년 전 법원에서 이혼조정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미국 국적의 남성(37)에게 일본 법원이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도쿄지방재판소 청사 모습.2023.10.20.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4년 전 법원에서 이혼조정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미국 국적의 남성(37)에게 일본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NHK,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20일 선고공판에서 미국 국적의 남성이 사건 당시 통합실조증(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로 형사책임능력이 없었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남성은 2019년 도쿄가정재판소에서 이혼조정 중이던 당시 31세 아내를 흉기로 베어 목숨을 잃게 해 살인 혐의 등을 받아왔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재판에서는 피고의 (형사)책임능력이 쟁점이었다.

변호인 측은 아내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당시 조현병 망상과 환청의 영향으로 심신상실 상태여서 책임능력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남성은 공판에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묵비했다.

반면 검찰은 남성에 대해 "완전 책임 능력의 상태였다"라며 징역 22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수사에 고의로 차질을 주기 위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재판 단계에서는 혐의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묵비로 일관할 경우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의 정신상태를 고려해 실제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은 "피고는 기소 전 정신 감정에서 '정신 질환의 영향은 인정되지 않는다' 라고 여겨졌지만, 기소 후 같은 의사가 재차 감정을 실시해 아내나 아이가 고문을 당해 죽임을 당한다고 하는 강고한 망상에 근거해, 살해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며 "둘 중 기소 후 감정은 다른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관계와 맞아떨어져 믿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강한 분노나 원한을 품은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고, 망상이나 환청의 압도적인 영향으로 살해한 것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며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NHK가 전했다.

도쿄지방검찰청은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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