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음악과 만나면 영화가 되죠"
그림 해설하는 피아니스트로
'아트&뮤직' 새로운 분야 개척
코로나땐 유럽 미술관 소개
팝송 활용해 관객 추억 소환
작곡가 드뷔시는 로코코 화가 장 앙투안 바토의 '키테라 섬으로의 순례'라는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기쁨의 섬'을 작곡했다. 당시 밀회 중이던 연인과 비밀 여행을 떠난 드뷔시의 황홀감이 담겼다. 두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 드뷔시의 음악엔 풍경이 그려지고 바토의 그림에도 스토리가 생긴다.
국내 첫 '아트&뮤직 큐레이터'가 된 최정주 씨는 2012년부터 공연장과 아카데미에서 명화에 음악을 더한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최씨는 "화가는 그림으로,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며 "두 가지 예술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면 단순히 일 더하기 일의 결합이 아닌 훨씬 큰 공감과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예고와 음대를 거쳐 기악 석사과정을 마친 피아니스트로 대학원에서 피아노 교수법을 연구했다. 그는 아이들은 악기 연주와 그리기를 통해 예술을 접하지만, 성인을 위한 예술 교육은 감상이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밤낮으로 미술 작품을 공부해 아트&뮤직 큐레이터라는 분야를 개척한 최씨는 "두 가지 분야 중 하나라도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대중이 더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무대에 서는 공연 방식의 강연을 택했다. 그는 "아무리 재밌는 강연도 오랜 시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면 지루하기 마련"이라면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나선 음악을 들려주며 오롯이 감상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때로는 관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때에는 유럽 각국의 미술관을 여행하며 모은 자료로 '세계의 미술관 산책'이라는 테마로 강연했다.
명화에 더하는 음악으로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팝송도 활용한다. 관객은 익숙한 팝송이 나올 때면 옛 추억을 떠올린다. 그는 "관객에게 '최 선생 수업엔 추억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뭉클했다"고 말했다.
기획사 없이 활동하는 최씨는 영상 편집, PPT 제작까지 직접한다. 그는 "음악과 미술의 완벽한 매칭 작업이 즐겁고도 어려운 제 전문 분야"라고 설명했다.
성주재단아카데미, JCC아트센터 등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씨는 최근에는 영화로 활동 분야를 넓혔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을 담은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감상한 뒤 해설과 함께 음악을 들려준다. 김 화백의 아들 김오안 감독은 "아버지가 내게 전달한 것 중 하나만 간직해야 한다면 그건 아마 침묵일 것이다. 지식의 원리이자 내용인 침묵"이라고 말한다. 최씨는 "김 화백의 침묵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The Sounds of silence'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청중의 반응이 좋았던 3중주, 샹송 가수와의 협업을 발전시켜 교향악단과 함께 무대에 설 날을 꿈꾼다. "굳어 있던 관객의 얼굴이 감상에 젖어 변할 때 예술로 마음을 여는 것 같다"며 "더 큰 무대에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안수진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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