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향한 금감원의 칼끝, 카카오뱅크 '전전긍긍'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일파만파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김범수 센터장 소환 통보
카뱅 잡는 대주주 리스크
카카오뱅크 앞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SM엔터의)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끝내 구속됐다.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배재현 대표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인용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카카오가 'SM엔터 인수전'의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의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로 배 대표과 투자전략실장, 투자전략부문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 3명은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투자전략실장과 투자전략부문장은 구속을 면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김지숙 판사는 "두 사람의 혐의 내용이 중대하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의 칼끝은 이제 카카오의 정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향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20일 김범수 센터장에게 오는 23일 오전 10시까지 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의 계열사에도 악재 중 악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카카오뱅크인데, 위기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12일 2만4150원이던 주가는 배 대표가 구속된 19일 2만2950원으로 4.96% 떨어졌다. 김범수 센터장의 소환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에는 하락폭을 더 키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배 대표나 김범수 센터장이 SM엔터의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현실화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몰린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인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갖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배 대표나 김범수 센터장이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은행법상 지분 10%를 제외한 카카오뱅크의 나머지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의 제재도 걱정거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세조종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고 수위의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카카오는 올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수사 결과가 곧 처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관련 혐의가 구체화할 경우엔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그 기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긴 하지만, '법정 다툼' 자체가 나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신사업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를 보류했는데, 이유는 시세조종 의혹 수사였다. 카카오뱅크는 갈수록 커지는 대주주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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