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시장’ ADEX를 멈춰라[할 말 있습니다](40)

2023. 10.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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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앞에서 ADEX 개최 등 무기거래 및 전쟁에 반대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이 호텔에서는 ADEX 공식 환영 만찬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아덱스저항행동 제공



지난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기박람회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평화활동가가 충격을 받았고, 무력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지금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ADEX 반대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또 다른 전쟁을 막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이 열리고 있다.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부터 ADEX라는 이름으로 2년마다 개최된다. 항공우주 무기체계뿐 아니라 지상 무기체계도 전시되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무기박람회다.

전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무기박람회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 번째는 무기와 군사 기술의 과시다. ADEX에는 매번 수십만명이 방문해 전차, 장갑차부터 전투기, 미사일까지 각종 첨단 무기체계를 구경한다. 이 점에서 ADEX는 지난 9월 26일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시가행진 및 열병식과 맥을 같이한다.

무기박람회의 두 번째 기능은 무기 거래와 무기 산업의 촉진이다. 사실 이것이 무기박람회의 주된 기능이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무기 거래 상담과 계약이 일어난다. 외국에서 열리는 무기박람회는 아예 대중에 공개되지 않고 업계와 정부 및 군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ADEX 2021은 17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을 유치했고, 총 230억달러(약 27조480억원)의 수주 상담 실적을 기록했다.

무기박람회가 무기 산업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전 세계 여러 평화단체는 무기박람회 중단을 주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아 활동한다. 무기박람회 반대 운동은 미국, 영국, 벨기에, 호주,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몰아내거나 취소시켰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시민단체들이 모여 ‘아덱스저항행동’을 조직해 활동 중이다.

ADEX를 통해 촉진된 무기 거래는 전 세계 평화와 인권,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 스쿨 세계평화재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무기 거래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조장하고 무력 분쟁의 가능성과 강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무기는 독재자와 권위주의 국가들이 국내의 민주화 열망을 억압하고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데도 쓰인다.

무기 거래는 민간인이나 범죄조직, 허가되지 않은 제3국으로 무기 확산을 촉진한다. 무기 거래는 본질상 불투명하기에 부패를 수반한다. 의료나 교육, 기후위기 대응처럼 더 시급한 곳에 쓰일 자원의 오용을 가져온다. 무기의 개발과 생산, 시험, 사용을 포함한 모든 군사활동은 심각한 탄소 영향을 낳는다.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1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앞에서 무기거래 및 전쟁에 반대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 아덱스저항행동 제공



어떤 무기가, 누구에게 팔리는가

올해 ADEX에 참가한 국내 기업 중 LIG넥스원, 풍산,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는 확산탄 생산 기업이다. 확산탄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성과 광범위성, 분쟁 후에도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된 대표적인 비인도 무기다. 그런 이유로 이들 기업은 해외 많은 공적 기금과 투자 기관에 투자 제한 대상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화, 록히드 마틴, RTX 등 많은 참가 기업이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 불리는 예멘 내전에 깊이 개입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무기를 수출한다. 예멘 내전에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 한국산 무기가 사용된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라파엘, 엘빗 시스템즈 등의 이스라엘 무기 회사는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사용되는 무기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이를 “전장에서 검증된” 제품이라 강조하고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ADEX에 무기를 사러 오는 구매자들과 각국 국방장관, 육군·공군 총장, 획득청장 등 ‘VIP’들도 문제다. 2019년 행사에는 해외 54개국에서 일반 구매자가 방문했는데 러시아, 이스라엘, 미얀마를 비롯해 절반에 가까운 24개국이 무력 분쟁에 개입된 국가였다. 무기 회사들의 설명과 달리 거래된 무기는 “평화를 지키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실제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

분쟁과 고통에 기생하는 K방산

최근 격화된 이스라엘-가자지구 분쟁이 수많은 파괴와 죽음, 고통을 낳고 있다. 하지만 끔찍한 비극의 가운데서도 이득을 보고 미소 짓는 이들이 있다. 지난 10월 10일 한 매체는 미국의 방산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쟁은 악재가 아닌 비정한 호재”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를 신흥 무기 수출국들에 다시 오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기회라 표현했다. 실제로 한국은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한 해에만 이웃한 폴란드와 124억달러 상당의 대규모 무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유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2014년 가자지구를 폭격한 ‘50일 전쟁’ 이후 한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에 탄약을 수출했다. 현 상황의 뿌리가 된 돈바스 전쟁이 일어난 2014년부터 침공 이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위산업이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라며 한국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방산 수출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거짓말까지 보태면서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무기 거래는 국제사회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불안정에 기여한다. ADEX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진다.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전쟁에 불쏘시개를 제공하며 돈벌이를 계속할 텐가. 무기박람회 ADEX는 국제 무기 거래의 허브이자 전쟁범죄자와 전쟁수혜자의 교류의 장이다. 이런 행사가 경제 성장의 미명아래 우리 세금으로 개최된다. 천박한 죽음의 시장 ADEX를 당장 중단시키자.

아덱스저항행동 홈페이지: www.stopadex.org

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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