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분양전환 ‘성남 제일풍경채’, 임차인-임대인 적정 분양가 갈등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최근 민간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가격을 두고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 제정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게 된 건설·시행사들의 적극적인 임대주택 사업의 임대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서다.
□ 분양 전환가격에 대한 입장차
경기 성남지역의 한 민간 임대아파트가 분양전환을 앞두고 임차인들과 분양업체 사이에 분양 전환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0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2020년 543세대 규모로 성남고등지구에 준공된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아파트(제일풍경채)’는 4년의 임대기간을 채우고 내년 4월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3차 보금자리 택지지구’의 일환으로 택지 조성이 추진된 해당 아파트는 ‘4년 민간임대 후 분양전환’ 방식으로 입주가 이뤄졌다.
그러나 임대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차인과 분양사가 적정 분양가에 대한 큰 입장차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차인들은 "사회적 강자인 임대인 측이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분양 전환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입주시점부터 예상해 온 분양 전환가격과 분양 전환시점에서의 분양 전환가격의 차이가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차인들은 "임대인 측은 지난해 4월에 조기 분양을 진행할 당시 입주시기가 비슷한 인근 A아파트의 시세보다 20% 낮은 가격을 분양 전환가로 제시했다"며 "당시 대다수 임차인들은 해당 가격보다 올해 분양 전환시 시세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조기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10세대만 조기 분양에 임했다"고 밝혔다.
또 "실제 비교 대상인 A아파트는 최근 1년 전 시세보다 4억여 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매매된 만큼, 임차인들은 현 시세에 20% 할인한 수준의 최종 분양 전환가격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무조건 싸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적정한 분양 전환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임대인 측의 입장은 이 같은 주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대인 측은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상 분양 전환가격의 산정은 감정평가조차 필요 없는 임대인의 고유 권한"이라며 "그럼에도 임차인들은 본인들이 유리한대로 논리를 만들어 분양 전환가격 결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민간 임대주택은 토지가격이나 용적률 및 건설이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 없이 모든 것을 조달해 건설하는 등 공공의 도움 없이 모든 위험 요소를 감수하면서 개발 및 임대를 진행하는 특성상 임대주택의무 기간이 종료된 후 매각을 통해 투자금 및 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손해를 떠안으면서까지 헐값에 분양을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임에도 임차인들은 스스로를 서민이자, 사회적 약자라고 자처하며 임대인에게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임차권 ‘프리미엄 매매’ 인정돼야 하나
해당 아파트의 현 상황의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당수 임차인들이 ‘프리미엄(분양권과 매도가격 사이의 차액)’ 거래를 통해 해당 아파트의 임차권을 매수한 상태에서 아파트 시세 하락으로 원금 보장이 어려워진 점이 실질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민간임대주택의 분양 전환가격에 대한 임차인과 시행사의 갈등은 보통 입주시점보다 분양전환시점에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했을 경우 발생하는 사안으로, 임대 만기시점에 주택가격이 하락한 경우에는 임차인들이 주택 매입을 꺼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당초 제일풍경채의 경우 임차인들에게 우선분양권이 제공돼 분양가를 둘러싼 분쟁이 예견됐었지만, 지난해 4월보다 주택가격지수가 하락세인 현 시점에서 분양가에 대한 갈등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프레시안>의 취재 과정에서도 ‘프리미엄 거래’와 관련된 임차인들의 입장이 제기됐다.
임차인들은 "전체 임차인들의 75% 이상이 1억∼4억5000만 원 가량의 프리미엄을 주고 임차권을 매입한 상태"라며 "이는 주거환경이 쾌적해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임대인 측도 언제든 명의를 변경해주겠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남시도 이 같은 행위를 묵인하는 등 임대인과 시가 프리미엄 매매를 오히려 독려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분양 전환가격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임차인들은 많은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는 프리미엄 매매 행위는 향후 현재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매수자의 기대가 반영된 투자의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으로 인해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대인 측도 이 같은 프리미엄 매매에 대해 사전에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내한 만큼, 임차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대인 측은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매매는 임차기간 종료시 분양 우선권을 노린 거래로, 임대인이 이를 독려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명의 변경 당시 임차인에게 ‘프리미엄 거래는 인정되지 않는 점’을 고지한 뒤 서명 및 녹취를 진행했고, 임차계약서에서도 ‘프리미엄 거래가 적발될 경우 임차권이 박탈된다’는 조항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라고 임차인들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그럼에도 임차인들은 프리미엄을 인정해 달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면서 오히려 임대인을 ‘폭리를 취하는 악덕 기업’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과 계약을 위반한 거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사자간에 이뤄진 프리미엄 거래에 대한 권한까지 보장해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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