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친명 혁신조직 ‘더민주혁신회의’
“현역의원 50% 물갈이” 파격 주장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더니 48%였어요. 보궐선거에서 48%라니 엄청 높게 나온 수치입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투표율이 51%였습니다. 불과 3% 차이예요.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2.6% 차로 우리(민주당) 후보가 졌습니다. 김태우가 이겼죠. 투표율만 보면 이번 선거는 3%가 적습니다. 그럼에도 17% 차로 우리가 이겼어요. 어마어마한 거예요. 불과 1년 남짓한 시기에 20%라는 수치가 옮겨갔다는 겁니다. 옮겨간 사람은 누굴까요. 국민의힘 쪽에서 옮겨갔을까요. 아닙니다.”
지난 10월 1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민주충북혁신회의 출범식’에서 이 단체의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원표 충북도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제천·단양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현 제천·단양 지역구 의원은 제천시장 출신으로 국민의힘 초선인 엄태영이다). 그는 지난 10월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결과와 전망에 관해 다른 참석자와 흥미로운 논쟁을 주고받았다. 그는 강서구청 보궐선거의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봤을 때 이 ‘20%의 수치’를 만들어낸 것은 스윙보터라고 불리는 중도층이라고 주장했다. 20%의 근거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진교훈 구청장과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표차(17%)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보인 표차(2.6%)를 더해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기에 지난 21대 강서구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67%였는데 그때 강서구 국회의원 3석을 통틀어 평균치를 내보니 그때도 17% 차로 이겼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67% 투표했는데 17%를 이겼어요. 이번엔 48%를 투표했는데 17%를 이겼습니다. 그러면 내년 총선에서는 몇%가 투표할까요. 무조건 67% 이상 투표할 거라 봅니다.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이상 투표하면 17~18%만 나오겠습니까. 67% 이상이면 30% 이상 민주당이 이긴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고, 이 결과를 충북도 선거에 도입하면 지난 총선에서 5석이 나왔는데 최소한 7석, 많게는 8석 전부를 석권할 수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보궐 이후 엇갈린 내년 총선 전망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플로어에서 바로 반박이 나왔다. 최경천 전 충북도의원의 말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을 너무 쉽게 본다. 강서구 선거결과가 이겼다고 앞으로 30%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국민의 생각도 생물이다. 확확 변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투표가 많이 나온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너무 못한 것이다. 우리는 더 겸손해져야 한다.” 그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의 경우 민주당이 추풍낙엽으로 다 졌고 증평·진천 두 군데만 살아남는 걸 보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첫째는 민주당 지자체 단체장도 문제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요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뭐를 했나. 보수정권과 다르지 않았다.” 둘째로 그가 거론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인격 됨됨이’였다. “비례로 와서 봤더니 계파가 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다. 존중과 배려, 공감 능력이 없다. 오로지 우리만 맞다. 우리가 이재명계이기 때문에 이낙연계는 무조건 틀리다, 이낙연계에서도 무조건 이재명계는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거 다 잘못됐다. 적전분열이 일어나면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떻게 하면 민주당을 혁신해 공감하고 존중·배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충북도당에서도 외연 확장에 한계가 왔다. 매번 오는 사람들만 오지 새로운 분이 안 온다. 혁신하는 문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당, 다음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결코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이날 열린 행사는 ‘민주당 친명계 혁신조직’을 표방하고 있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혁신회의’) 충북지역 발족식이었다. 6월 4일 출범한 이 단체는 7월 5일 광주·전남지역 혁신회의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조직 발족을 이어가는 중이다. 10월 9일에는 봉하마을생태문화공원에서 ‘영남 총궐기 대회’라는 이름으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지역 혁신회의가 열렸다. 강서 보궐선거 직전 민주당 외곽에 만들어지고 있는 이 조직의 ‘위상’을 두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당초 민주당 보궐선거 공천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13명이었다. 하지만 신청 마감을 앞두고 당 측은 출마 자격요건을 바꿔 추가공모를 실시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추가공모일 마지막 날 신청했다. 당초 당 안팎의 예상은 진 구청장을 포함한 3인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결과는 그러나 전략공천이었다. 논란은 공천신청 사흘 전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 진 구청장이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진교훈 후보 전략공천에 대한 이재명 당대표의 ‘낙점’이 이미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주간경향 1545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윤 vs 이 3차 대리전?’ 기사 참조).
보궐선거 내내 상대방 김태우 후보는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강서구청장을 지낸 자신과 이재명의 대리자 싸움’이라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특별사면으로 보궐선거의 판을 키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혁신회의 총선용 ‘떳다방’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제 출범한 지 넉 달 보름이 됐다. 출범할 때는 다 회의적이었다. 되겠냐. 선거 때마다 만들어지고 사멸한 익숙한 그런 조직 아니냐, 원외인사 몇몇이 ‘떳다방’처럼 만드는 조직 아니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10월 17일 충북지역 혁신회의 행사에 참석한 이 단체의 강위원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확히 설명하겠다. 노무현이 대세일 때는 노무현, 문재인이 대세면 문재인을 팔고, 이재명이 대세면 이재명을 파는 관행을 넘어서 빼앗긴 정권을 탈환하고 싶은 조직이다. 혁신회의는 총선용 조직을 넘어 2027년 안에 반드시 이재명 정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정치결사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일정총괄팀장을 맡았던 그는 강성 친명 원외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그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규모로는 안 된다. 아직 우리는 소수다. 과거는 불문하고 이 대의에 동참하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나는 2017년부터 이재명 지지였다, 이렇게 말하면 망한다. 나는 대선 때 NY(이낙연)가 힘이 강할 때부터 이재명 지지였다, 이렇게 말하면 망한다. 회개하고 전향한 사람이 훨씬 열심히 한다. 한명 한명 무릎 꿇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달라도 민주당이다. 통 큰 대동단결의 기풍을 안에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을 앞두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당원들이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끝낼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그는 “색출 발언 때문에 갈라치기를 한다고 (나를 비판)하는데 나는 원래 전선을 크게 치자는 통합주의자”라면서도 “질서 없는 마무리는 통합이 아닌 봉합이며 명백한 해당행위에는 명백한 징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앞선 지난 10월 15일 강 사무총장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로 알려진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광주 서구갑)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명계 인사에 맞선 친명 표방 인사들의 ‘저격출마’는 당내 친명·비명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여기에 ‘혁신회의’라는 ‘친명계 혁신조직’의 등장으로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내 공천 갈등의 전운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예컨대 당내 비명계 인사의 대표격으로 거론되는 조응천(남양주갑), 이원욱(화성 동탄), 윤영찬(성남 중원), 전해철(안산 상록갑) 지역구엔 각각 임윤태 변호사,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 현근택 변호사, 양문석 전 방통위상임위원이 출격 대기 중이다. 임 변호사는 이재명 당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부원장의 변호인 경력을, 진 전 대표는 이재명 당대표 특보를 대표경력으로 내세운다. 현근택·양문석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유튜브 채널에 강성 친명 성향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이상민(대전 유성) 지역구에도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경 전 부대변인이 맞설 태세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 원외이거나 시·도의원으로 내년 총선에 도전하려고 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혁신회의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당대표가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팬덤과 혁신회의라는 양 날개를 활용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당내 비명 인사들을 배제하고 친명 공천으로 ‘이재명 민주당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혁신회의의 비판이 당내 비명 인사들만 겨냥하지는 않는다. 10월 1일 혁신회의는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조정식 의원의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체포동의안 가결책임이 박광온 전 원내대표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당 사무총장에게도 있는데 대표가 사표 수리를 고심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깔고 있었다. 가결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비명계로 분류됐던 반면, 조정식 사무총장은 당내 친명계의 좌장으로 인식돼왔다. 강성친명 성향의 혁신회의가 그런 조 총장에게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비명 vs 친명’이 이들이 주장하는 당 혁신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는 제스처로 인식돼왔다. 이날 성명에서 이들은 조 총장의 사퇴와 불출마를 주장하면서 ‘현역의원 50%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명 의원 저격출마’ 혁신회의에 결집
“여러 가지 함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세대교체다. 민주당의 주축은 여전히 86세대다. 이들이 50대를 넘어 60대가 됐다. 이분들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여도는 분명하지만 30대 때부터 국회의원이 된 86세대의 기득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뒤를 잇는 소위 97세대들은 능력이나 사회적 역량 면에서 뒤처지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정치·경제·사회의 2선에 머물러 있다. 흔히 생각하길 국민의힘은 노회했고, 민주당은 젊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직자나 지지자들을 보면 국민의힘에 젊은 사람이 더 많다. 민주당은 더 이상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진짜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이 단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원혁 건국대 교양학부 교수의 말이다. 친명계 혁신을 표방하고 있지만 86세대 기득권에 대한 포스트 86세대의 반란 의미도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혁신회의의 미디어소통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진 변호사의 주장도 엇비슷하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있다면 그 대상은 누구일까. 현역의원이다. 현역의원 중 개혁적이고 능력 있는 의원이 많았다면 지금처럼 불신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불신의 대상이 된 현역의원들이 자신들을 믿고 다시 써달라고 아무리 호소한들, 국민 불신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당이 살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혁신회의에 참여한 개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각자 개인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당이 살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공천혁신으로, 새로운 인물로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
김 변호사는 1973년생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혁신비서관을 지냈다. 혁신회의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도 1969년생으로 재선 은평구청장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멀리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선출직 국회의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386 핵심그룹과 달리 선출직 경험이 없는 86세대 후반 태생·포스트 86세대 그룹, 다시 말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학번 그룹이 혁신회의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 변호사처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참여경력을 가진 인사들도 여럿 눈에 띈다. 김 변호사는 “개혁지향적인 사람이 문재인과 함께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고, 지금 다시 이재명 당대표와 함께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진보개혁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함께 만나러 가기도 했지만,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공통입장을 가진 것도 없고, 모두 각자 개인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86세대’ 기득권 맞선 세대반란?
이 대변인에 따르면 혁신회의에 현역 국회의원은 참여대상이 아니다. 조직은 크게 상임운영위원과 운영위원·혁신위원의 세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혁신위원은 민주당 권리당원과 일반인 등에서 모집하며, 운영위원은 각 지역의 활동가로 구성한다. 당직자나 출마예정자·지역에서 전직 지자체장이나 전직 의원·현직 지방의원들로 원외에 있는 국회의원이 아닌 인사로 구성된다. 10월 18일 현재 상임운영위원은 162명이다. 전체 명단은 대외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다. “참여하는 인사 중 현역의원이 민주당이 아닌 험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총선이 6개월 남은 시점에서 출마는 결심했지만 아직 지역구를 결정 못 한 사람도 있고, 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대변인이 밝힌 비공개 이유다.
내부적인 교통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10월 19일 오전 혁신회의 이주원 서울 혁신회의 사무처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은평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의 현 국회의원은 갑은 박주민, 을은 강병원으로 모두 민주당이다. 당내 강성 친명 지지층에서는 강병원 의원을 비명 성향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이 총장이 도전을 선언한 ‘은평’은 강병원 의원의 은평을로 보인다. 그런데 혁신회의 멤버로 은평을 도전이 예상되는 인사는 또 있다.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다. 이 사무총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일부에서 김우영 위원장이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것은 잘 알고 있다”라며 “당 혁신과 총선승리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경선전 담판으로 단일화하는 것도 정정당당한 정치적 경쟁”이라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웬만한 지역구는 경쟁자가 5명 이상인데 그중 2~3명은 친명을 표방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한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민주당 고위당직자 출신인 그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혁신회의에는 참여하진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발족한 원외인사 모임이 ‘친명계 혁신조직’ 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나온 것은 민주당 역사에서는 처음인 듯하다. 물론 나도 친명인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아무리 이재명을 팔더라도 문제는 총선은 지역선거라는 점이다.”
혁신회의에 참여한 인사 중 소위 비명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 인사의 경우 경선을 앞두고 ‘구도’를 만들어내기는 쉽겠지만, 그렇다고 친명만 내세워서 경선승리-후보가 되는 건 쉽지 않다고 그는 진단했다. “예컨대 이원욱 의원의 경우 친명 쪽 반발이 굉장히 강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3선을 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다수는 이재명 지지자지만 당대표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 정도 이야기를 못 하는 분위기라면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당이 표방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을 벗어나는 ‘비명 공천배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친명을 표방하고 나온 분 중에 자신을 전략공천해주길 내심 바라는 사람이 없지 않을 텐데 전략공천은 당헌상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 이를테면 현역의원이 의원직 상실 등으로 날아갈 것이 예상되는 특정 지역구에서나 전략공천이 가능하다. 게다가 말이 좋아 시스템 공천이지 일단 경선으로 가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의원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혁신회의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 지난 대선 때 뭐를 했다든가, 당대표 특보를 맡고 있다는 등의 경력을 내세우지만, 그것 외엔 왜 그 인물이 개혁의 적임자라고 하는지를 모르겠다. 분명 상대방,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보면 너무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기대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서울·수도권에서 우리가 김태우 같은 사람을 내보내면 누가 우리를 지지해주겠는가.”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구도와 인물, 바람이라고 하는데 내년 총선에서는 바람이 안 불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사법리스크가 상존하는 이재명 체제로 바람이 불 리 없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해 신당을 만든다고 바람이 불 리 없다. 양향자·금태섭의 3당 바람도 현재로는 가능성이 없고, 그렇다고 대구에서 박근혜 신당 바람이 불겠나. 그렇다면 남는 건 인물과 구도인데, 인물보다는 구도 중심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내년 총선은 ‘이재명과 함께 정권교체’와 ‘극악무도한 범죄자 이재명’을 주장하는 양당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내년 총선은 수족관에 갇힌 생물이다. 대놓고 이재명 당대표가 강성팬덤과 혁신회의와 같은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정치 시민조직을 소환하지는 않겠지만 ‘자발적 이재명 지지조직’으로서 혁신회의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강성팬덤이 민주당을 압박하고 혁신회의가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과 조직을 만들어 구도를 짜서 움직이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혁신회의가 벌써 민주당 내 공조직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크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과연 그렇게 흘러갈까.
이재명, 당분간 통합메시지 기조 이어갈 듯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은 “만약 강서 보궐선거에서 졌다면 강성지지층 목소리가 높아졌겠지만, 큰 표차로 이긴 만큼 당무 복귀 후에도 상당 기간 이재명 당대표는 통합메시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민주당 혁신위·인재영입위원회 활동 경험이 있는 송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당에 흠집을 내더라도 대표가 나서서 분란을 조성할 여지를 최대한 안 만들도록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며 “예컨대 과거에 공천과정에 선출직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나중에 탈당해 안철수당으로 간 호남중진 의원들은 거기서 꼴찌를 받을 걸 본인도 알고 제도를 만든 사람도 다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혁신회의도 그렇지만 당내에서도 경쟁하는 경쟁그룹이 있는 것이 나쁘지 않다. 비판하는 경쟁그룹이 있어야 생산적인 정치가 가능하다. 정치 신인의 입장에서야 신진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개혁이라고 판단하겠지만 대표는 전체 판을 봐야 한다. 이재명을 공격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으로 성과가 없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이 공천혁신이라는 것을 당대표가 천명해줘야 한다. 친명이냐 비명이냐가 아닌 민주당의 성격은 뭐고, 대한민국의 국리민복을 위해 민주당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느냐와 같은 기준과 그에 맞는 퍼포먼스 없이 권력 쟁패만 있으면 아웃될 사람이 아웃돼도 분란이 일어난다. 물론 지역구에 뛰어드는 사람이 그것까지 계산할 여유는 없다. 그건 당대표나 지도부의 몫이다.” 결국 비명·친명 분란을 넘어 이재명 당대표가 통합적인 당 운영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해내느냐 여부가 내년 총선의 승패까지 가르는 민주당 진로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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