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물, '저지'를 아시나요”.. 흘러간 시간, 혹은 다가올 꿈을 향한 스무 해의 약속
20~29일 기념주간 “프로그램 다양”
갤러리, 마을장, 극장, 아틀리에투어
입주작가.. 주민·도민 참여 워크숍도
“지속 가능-공동체 성장 방향 타진”
# 거친 돌을 다듬어 깎아내는 정 끝, 둔탁한 망치질 소리마저 일정한 박자를 타면서 정겨운 소음으로 다가옵니다. ‘정중동(靜中動)’, 화폭에 스치는 붓 소리가 가만히 점 하나 툭 찍어냈더니 어느새 가슴 가득 찼던 불안의 그림자가 돌담 사잇길 따라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동네 유일한 책방은, 오가는 발길을 거리낌 없이 풍성한 이국의 향이 흘러 넘치는 커피 한 잔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나, 혹은 그를 기다린 하나의 세계는 페이지 하나 넘길 때마다 떨림으로 유일무이한 기억들을 가슴 가득 채워줍니다. 예술과 엮인 일상의 조화로운 흥얼거림 혹은 떠들썩함까지 예술향으로 울려 퍼지는 마을입니다.
이제 갓, 혹은 벌써 스물을 맞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설촌(說村) 20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옛 북제주의 관광진흥을 위해 1999년 택지조성계획을 세우고 2001년 계획을 변경하여 시행된 저지마을은, 첫 주민인 한곬 현병찬 선생이 ‘먹글이 있는 집’을 완공 입주하고 마을 입구에 표지석을 세운 2003년 기준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마을 스스로, 설촌 20주년의 장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문화예술과 자연, 공동체의 접점으로서 정체성을 자문하고 전통과 공동체 유대가 끊기지 않는 미래를 꿈꾸기 위해 앞으로 20년간 마을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촘촘하게 얽힌 공동체 시선 아래 자연을 품어안은 예술의 안식처가 20년 더 변치 않고 본질을 유지할지, 나아가 미래세대가 이웃과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성장하는 공동체의 장을 이어갈지, 기념주간 내내 과거의 성과와 미래를 향한 약속들을 담아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거주하는 박누아 군(애월중 1년)이 3✕3 큐브 100개를 큐빙해 마을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로고를 바탕으로 포스터와 현수막을 제작해 메시지를 시각화하고 제주 마을들의 미래에 대한 담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저지마을장’, ‘저지마을극장’, ‘저지아뜰리에투어’ 등 프로그램을 구성해 선보입니다.
■ 마을 갤러리 전시.. “찬란한 순간, 전람회들과 만남”
공공기관, 민간 인프라까지 수많은 갤러리가 방문객들을 매료시킬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역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공공미술관(김창열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과 사립박물관·미술관(제주공예박물관·이타미준갤러리) 외에 13곳의 개별 갤러리들입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자체 소장 중인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전 ‘지속된 순간들’을 진행합니다.
13곳의 개인 갤러리에서는 설촌 20주년에 맞춰 전시를 준비하고 기념주간 동안 전시를 선보입니다.
▲ 갤러리 노리 : 이명복展 ‘동행’
▲ 갤러리 데이지 : 갤러리 데이지 소장전 ‘EPISODE3’
▲ 규당미술관 : 세종한글큰뜻모임 작가초대전 ‘먹향기 속에 한글사랑전‘
▲ 더갤러리현 : 김현숙展 ‘저지리의 畵요일 2023-제주읽기’
▲ 먹글이있는집 : 현병찬투먹서예전
▲ 몽생이 : 제주 대한명인 전시회
▲ 서담미술관 : 최형양展 ‘공간 이상의 공간-탐라의 선경’
▲ 이창원돌공방 : 이창원조각전 ‘GENESIS-알.새.물고기’
▲ 장정순갤러리 : 황미희·장정순 2인전 ‘도자조각과 그림展’
▲ 제이제이갤러리 : 2023 도이 김진수展
▲ 탐묵헌 : 제주청하문학시인과 스마트폰작가의 詩寫展 ‘가을의 뜨락Ⅲ’
▲ 파파사이트 : papakim展 ‘Every dog has its day’
▲ 펑스튜디오 : 2023 아시아 대표작가전
■ 저지마을장.. “어제, 오늘.. 전통을 만나다”
마을의 풍부한 유산과 현재가 어우러집니다. 저지 그리고 이웃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부러 찾아온 손님들을 반깁니다. 예술가들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소통의 폭을 넓히고 지역에 뿌리를 둔 음악가들의 다채로운 무대가 들뜬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마을장은 21일과 22일 이틀 운영합니다. 21일 주말은 제주에서 무농약 농사를 짓는 소농공동체 ‘자연그대로 농민장터’와 협력해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교류하는 시장을 엽니다.
22일 휴일은 저지리와 이웃마을들 주민이 모여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선보입니다. 매일 30개의 부스가 함께 하고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과 밴드의 공연무대도 만날 수 있습니다.
■ 저지마을극장.. “시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다가서다”
영상으로 만나는 마을입니다. 작가의 삶 그리고 마을의 기원을 이해하는 것까지 어떻게 예술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가 공생하며 예술인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제주 마을을 성찰할 기회를 마련해 왔는지 4편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입니다.
김창열미술관의 공간 협력으로 김창열미술관 다목적스튜디오에서 진행합니다.
예술인마을 입주작가인 고(故) 김창열 작가, 고 유동룡 건축가의 작업과 일상을 기록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와 ‘이타미 준의 바다’, 종이의 원료로 삼았던 닥나무가 있는 마을의 유래가 담긴 ‘저지리 楮旨里’를 재조명하는 ‘책, 종이, 가위’,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지고 있는 생태계를 담은 ‘수라’ 등을 무료상영합니다.
▲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28일 오후 1시(전체관람가. 프랑스·한국. 김오안·브리짓 부이요 감독. 2020년. 79분)
▲ ‘이타미 준의 바다’ 28일 오후 4시(전체관람가. 한국. 정다운 감독. 2019년. 112분)
▲ ‘책 종이 가위’ 29일 오후 1시(전체관람가. 일본. 히로세 나나코 감독. 2019년. 93분)
▲ 수라’ 29일 오후 4시(전체관람가. 한국. 황윤 감독. 2022년. 108분)
■ 저지아뜰리에투어.. “공유 그리고 공감하다”
설촌 의미를 되새기면서 동시에 청소년들의 예술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지역 학교들과 협력하면서 학생들에게 마을의 활기찬 환경 속에 예술과 창의력, 그리고 비판적 사고의 영역을 넓힐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이웃한 저청초등학교, 금악초등학교, 저청중학교와 함께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입니다. 마을 갤러리에서 다양한 창작세계를 경험하면서 ‘눈높이’에서 공유하는 기회로 진행합니다.
■ 예술 창작 워크숍.. “몸으로 만나다”
돌조각부터 캘리그라피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 워크숍입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입주작가들이 직접 준비하고 지역주민, 제주도민이 함께 합니다. 작가의 예술혼 가까이서, 직접 예술을 경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습니다.
그저 보고 듣는 것과는 다른, 가슴으로 느끼고 참가하는 예술을 재정의해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돌조각 워크숍(이창원 돌공방, 21~22일), 도자회화 워크숍(더갤러리현, 23~24일), 수묵화·캘리그라피 워크숍(서담갤러리, 28~29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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