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상 끝나가는데…美 국채금리 이상 급등 이유는
美 재정적자 위험發 기간 프리미엄 상승 탓
연준 의도와 달리 구조적 이유로 이상 급등
단기간 끝날 문제 아냐…고금리 장기화 공포
[이데일리 김정남 이소현 기자]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여 만에 처음 5%를 돌파했다. 최근 불과 석달여 사이에 100bp(1bp=0.01%포인트) 넘게 뛴 장기금리 이상 폭등 현상에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단기금리가 정체하는 와중에 유독 장기금리만 뛰었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만기가 긴데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그 기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2~3년 중기 시계의 연준 통화정책 방향이 아니라 5년 이상 장기 시계의 미국 재정적자 위험에 더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해 관심이 모아진다.
5% 터치한 10년 국채금리 파장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001%까지 상승했다.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3개월 만에 처음 5%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 시장 마감가는 4.989%로 전거래일 대비 8.8bp(1bp=0.01%포인트)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인용해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찍었다고 전했다.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보다 낮은 4.9% 중반대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세계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 역할을 한다. 미국 국채금리가 뛸 경우 각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등 장기금리와 연동돼 있는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채금리가 크게 등락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이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가는 연준이 많아야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아지는 와중에 장기금리만 치솟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의 원인을 찾는데 분주하다.
실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월 당시 4.9%대에서 현재 5.2% 안팎 정도로 30bp가량 상승했다. 그 사이 10년물 국채금리는 3.8%대에서 4.9%대로 110bp 넘게 폭등했다.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10년물과 2년물간 장단기 금리 차(2s/10s)가 100bp 이상까지 벌어졌다가, 현재 20bp 안팎까지 좁혀진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장기국채금리가 뛰는 게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인사들이 그래서 주목하는 게 기간 프리미엄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말 그대로 장기채권이 단기채권보다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기간이 길고 가격 하락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더 높은 수익률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말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하는 장기국채 기간 프리미엄은 2021년 6월 이후 처음 플러스(+)로 전환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7년간 기간 프리미엄은 대부분 마이너스(-)였다”며 “기간 프리미엄이 뛰고 있는 건 최근 장기국채금리 상승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올해 한때 -100bp에 달했을 정도로 낮았다.
기간 프리미엄이 폭등하는 것은 긴 시계로 볼 때 미국 재정정책 위험이 큰 탓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엄청난 재정적자를 메우고자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한 투자자문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미국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중요한 화두”라며 “세계 곳곳이 지정학 위기를 겪으면서 장기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외에 녹색 투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등 재정을 쓸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믿었던 미국마저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은 “미국은 재정정책에 따른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 위험이 있다”며 “장기국채 보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위험發 기간 프리미엄 상승”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간밤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이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국채금리 급등은 연준이 더 많은 조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장기채권 보유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상은 연준 의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 회복력, 재정적자 위험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높은 국채금리 수준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 재정정책 우려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세는 단기에 끝날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이 높아진 기간 프리미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국채금리 레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밥 프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금리 상향 추세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가파른 긴축에도 예상 밖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점 역시 주요 요인이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상승(시장 예상치 0.3%)했다는 최근 보고서 이후 국채금리는 더 꿈틀거렸다. 그 직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를 5.2%에서 5.4%로 상향 조정했다. 5.2%만 해도 잠재성장률을 한참 웃도는 수준인데, 여기서 더 올린 것이다. GDP 나우는 새로운 통계가 나올 때마다 전망치를 수정한다. 지난해 3월 이후 연준이 ‘역대급’ 긴축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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