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12만원요?"…방심했다가 정형외과 '비급여'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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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 가격을 고지하지 않고 비급여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의료전문 한 변호사는 "의료법을 보면 비급여 진료 고지 의무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복지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게만 했을 뿐 과태료 같은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면서 "의료법에서 환자의 권리 등을 게시하지 않은 자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급여 진료 고지 의무 위반 시에도 여기에 준하는 정도로 처벌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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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7월 왼쪽 팔 근육이 뻐근해 정형외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양팔 모두를 엑스레이로 찍고 근육주사를 놨다. 이후 물리치료사를 따라가면서 무슨 치료인지도 모르고 마사지 물리치료, 전기치료, 주사 등 4가지를 순식간에 받았다. 계산하려던 찰나 A씨는 깜짝 놀랐다. 비싸도 5만원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12만원을 내라 해서였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결제를 해야 했던 A씨는 "치료가 너무 과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정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 가격을 고지하지 않고 비급여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의 내용과 가격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이 조항이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법 위반인 데다 이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가 부풀려지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의료법 제45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지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 항목과 가격을 적은 책자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갖춰야 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기관은 여기에도 관련 내용을 게시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 전 항목과 비용을 환자에게 자세히 '구두'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런데 비급여 진료의 가격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B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손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정형외과에 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엔 이상이 없다면서도 냉각치료, 이온치료(이온삼투요법)를 받을 거냐고 물어서 뭔지도 모른 채 '네'라고 했다가 결제할 때 당황했다"며 "1만원대로 생각했는데 그 두 배 이상인 3만7150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 아이 손가락은 괜찮아졌는데 비급여 치료인 줄 알았으면 굳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도 가격을 모른 채 비급여 진료를 받고 과도한 액수의 청구서를 받았다는 사례가 다수 올라와 있다. C씨는 "허리가 아파 정형외과에 갔는데 엑스레이상 문제는 없다고 하더니 체외충격파를 2~3회 하자고 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7만7000원을 내고 왔다"면서 "배우자가 보통 진료비가 1만~2만원대로 나오는데 비싼 치료를 받았다고 해 슬펐다"고 했다.
이는 설명의무가 있음에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료전문 한 변호사는 "의료법을 보면 비급여 진료 고지 의무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복지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게만 했을 뿐 과태료 같은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면서 "의료법에서 환자의 권리 등을 게시하지 않은 자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급여 진료 고지 의무 위반 시에도 여기에 준하는 정도로 처벌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환자에 비급여 진료를 '끼워팔기'하지 못 하게 하는 등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관련 설명을 안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도 통제해야 한다"며 "호주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의 가격 범위를 정해 그 안에서 통제하고, 일본은 건강보험환자 진료 시 비급여를 혼합해 진료하지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가 병원 수익 창출의 가장 큰 수단인데 우리는 끼워팔기를 하게 하면서 가격도 통제 안 하고 완전 무방비 상태"라며 "다만 필수 진료인데 비급여인 경우는 빨리 급여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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