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10명에 기자 5명? 역사 선생님이 체육 지도?…청운중, 서울림운동회 '세계관' 무한 확장의 좋은 예

김가을 2023. 10. 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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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중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팀(농구-스포츠스태킹)이 28일 서울대체육관에서 열릴 서울림운동회 선전을 다짐하며 서울림 시그내처 V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오, 기록을 이렇게나 단축했어?"

'장애학생페스티벌' 서울림운동회를 불과 열흘 앞둔 18일 오후 서울 청운중 운동장. 스포츠스태킹 종목 선수들의 꾸준한 성장세에 환한 웃음이 퍼져나왔다. 바로 그 때, 카메라 두 대가 선수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특별한 순간을 단 1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청운중 '서울림 특별 취재반' 친구들이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성장하고, 기자들은 그 과정을 기록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스태킹팀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10.18/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스태킹팀이 기록을 측정하며 달리고 있다.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10.18/

▶선수 10명에 기자 5명? 서울림운동회의 세계관 확장

청운중은 28일 서울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림운동회에 참가한다. '서울림'은 '서울'과 '어울림'을 합친 조어다. 장애-비장애학생이 스포츠를 통해 어울리고 숲처럼 어우러지면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행복한 서울 청소년 체육'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서울림운동회는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후원한다. 특히 올해는 출전 학생뿐 아니라 친구, 학부모 등 학교 응원단(총 120명)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청운중은 서울림운동회에 2연속 출전이다. 농구(골밑슛 릴레이)와 스태킹 부문에 참가한다. 올해 처음 출전하는 3학년 (김)민성이는 "서울림운동회와 시험기간이 겹쳐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 비장애 어울려서 운동회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좋은 기회다. 또한, 졸업 전 1~3학년 선수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하며 1, 2학년들과도 얘기를 많이 나눴다. 어른이 돼도 남을 추억인 것 같다"며 웃었다. 2학년 (신)동재는 2년 연속 출전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농구와 스태킹 두 종목에 도전한다. 처음 연습할 때와 비교해 지금 더 잘 하는 것 같다. 올해도 친구들과 즐겁게 참여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
서울림운동회 학생기자단에 대해 설명하는 지현승 청운중 특수교사
기사 작성 중인 청운중학교 서울림운동회 기자단.

청운중은 서울림운동회 '유(有) 경험' 팀인 만큼 올해는 세계관을 확장했다. 장애-비장애학생의 축제가 아닌 '모두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서울림기자단'을 꾸렸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서울림'을 나누고자 한 지현승 특수교사의 아이디어다.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기자단 모집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기자단에 합류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준비 과정, 서울림운동회 당일의 활약상, 대회를 마친 뒤의 변화까지 사진과 글로 꼼꼼하게 남길 예정이다. 실제로 18일 진행한 훈련에는 선수 10명, 취재진 5명이 함께했다.

특별 취재단도 특별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함께하게 됐다. 1학년 (한)의람이는 "원래 사진 찍는걸 좋아하서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다. 그동안 풍경 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친구들의 모습을 찍게 돼 재미있다.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1학년 (김)율이와 (이)준우는 글 쓰는 걸 좋아해 함께하게 됐다. 2학년 (문)성법이는 장애-비장애 통합 사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카우트' 됐다. 지현승 특수교사는 "서울림운동회에는 10~12명의 학생이 참가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대회에 일부만 참가하는 것이 아쉬웠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자단을 모집했다. 교내 신문으로도 제작해서 더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림운동회를 중심으로 기자단, 동아리 등이 둥글게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은 청년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어 가능하다. 왼쪽부터 김동현 지도교사, 지현승 특수교사, 김재성 지도교사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10.18/
학교체육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온학교가 서울림운동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농구- 스태킹 팀 김동현 지도교사, 지현승 특수교사, 김재성 지도교사, 강고은 3학년 부장교사.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역사 선생님이 왜 여기서 나와…더불어 살아가는 힘→민주시민의 밑거름

청운중의 '세계관 확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공 불문, 통합 교육에 관심 있는 청년 교사들이 지현승 특수교사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했다. 영어 담당인 김재성 교사는 스태킹을, 역사 담당인 김동현 교사는 농구를 가르쳤다.

지현승 특수교사는 "학교 내 교원학습 공동체가 있다. 장애-비장애학생의 통합 교육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 체육 활동을 잘 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생님 두 분이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선생님은 "수업에서 장애 학생들을 자주 보기 어렵다.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하며 함께 교감할 수 있어서 좋다. 훈련을 할수록 아이들의 열정과 의지가 커지는 것 같다. 실력도 확실히 변화는 있는 것 같다(웃음). 마인드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 서울림운동회는 '누가 잘하나' 실력을 뽐내기보다 함께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림운동회는 직접 지도하지 않지만 옆에서 '제1 응원단장'을 자처하는 선생님도 있다. 강고은 3학년 학년부장 선생님은 "우리반 24명 중 장애 1명, 비장애 3명이 참가한다. 아이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철희 청운중 교장과 홍용희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이 서울림운동회 포스터를 함께 들고 학교체육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을 향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10.18/

아이들의 밝은 웃음에 이철희 교장은 함께 미소지었다. 이 교장은 "서울림운동회 참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사실 장애, 비장애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나 싶다. 인생은 제비뽑기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의 특수성과 장점이 다 있다. 우리는 '같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칸트가 말했듯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고, 몸이 불편하든, 잘났든, 못났든 다 똑같은 인간이다. 다 똑같은 친구다. 장애, 비장애 그런 인식조차 없이 어우러져 지내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들도 특수교육 혹은 체육교사만 함께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서울림운동회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 더 나아가 사회에 나갔을 때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다 같이 즐기는 축제다. 모두의 잔치, 다 같이 즐기는 것이다. 경쟁을 해서 1등을 뽑는 게 아니다. 서울림운동회 무대에서 아이들이 다같이 신나게 즐기고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에서도 청운중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응원을 위해 함께했다. 홍용희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 최철호 장학관, 김혜중 장학사가 서울림운동회 포스터를 들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청운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10.18/

홍용희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장도 "아이들은 꿈도 성향도 다 다르다. 하지만 '다 다름'에서 '다 함께 다름'으로 인정하고 수용할 때 우리 아이들의 가능성이 꽃 필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이 우리 아이들이 장애, 비장애 상관 없이 사회 나갔을 때 진정한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울림운동회를 통해 아이들이 공정의 가치를 배울 수도 있지만 더 큰 가치로 민주시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을 통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3학년 (김)관우가 (서)하윤이에게 드리블 폼을 꼼꼼히 알려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우의 응원에 하윤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관우는 "농구는 훈련한 만큼 느는 종목이다. 하윤이가 계속 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다. 나는 올해 처음 참가한다. 시작할 때는 걱정도 됐고, 부담도 있었지만 다같이 열심히 하는 과정이 좋다"며 서울림운동회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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