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샤이' 울려펴진 운동장…웃음소리 가득한 4년만의 '운동회'
20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사초등학교 운동장에 뉴진스(NewJeans)의 'Super Shy'가 울려퍼졌다. 노래가 시작되자 이 학교 아이들은 '와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춤을 추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발을 구르며 마음껏 흥을 표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흥에 겨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슬기씨(38)는 자신의 모교에서 1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이 운동회에 참여한 모습을 보며 감격한 듯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보인다"며 "코로나19(COVID-19) 때는 운동회도 없으니 아이들이 '학교가도 별것 없다'고 힘들어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엔데믹화(풍토병화)로 가을운동회가 부활했다. 3년여간의 팬데믹으로 운동회의 모습은 다소 바뀌었지만 운동장을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20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찾은 남사초등학교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을운동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던 지난해 3년만에 가을운동회를 열긴 했지만 대규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는 입장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이날 각각 초등학교 2·4학년 두 아들의 운동회를 보러 온 이모씨(43)는 "작년에는 못 들어왔지만 궁금하긴 해서 담장 밖에서 몰래 봤다"며 "이렇게 가까이서 아이들 운동회를 보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길었던 코로나19는 가을운동회에도 흔적을 남겼다. 먼저 코로나19를 포함한 전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조부모와 함께 온 2학년 A군은 마스크를 쓴 채 이날 관중석 맨뒤에서 운동회를 지켜봤다. A군의 조부모는 "애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다른 아이들한테 옮길까봐 지켜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반장·부반장 학생 부모들이 '쏘던' 간식도 사라졌다. 남사초 5학년의 한 담임교사는 "물병도 아이들이 각자 가져온다"며 "김영란법 문제도 있고 식중독 문제도 있어서 단체로 간식 보내는 것이 금지됐다"고 했다.
오는 29일 1주기를 앞두고 있는 이태원참사의 흔적도 있다. 보호자들이 앉아있는 관중석에는 안전선이 설치됐다. 보호자와 아이들이 섞여서 생기는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사초 4학년의 한 담임교사는 "이태원참사 이후로 사람들이 밀집되는 걸 막으려고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왔어요. 청군이 이겼다고 전화왔어요" 대신 부석순(SEVENTEEN)의 '파이팅 해야지'가 응원가 자리를 대신했다. 이밖에도 아이브(IVE), 블랙핑크 등 아이돌의 노래가 흥겹게 운동장을 메웠다. H.O.T.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캔디'가 울려퍼질 때는 부모와 아이들이 한 데 모여 춤추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운동회의 꽃은 계주'라는 오래된 공식은 여전했다. 지난해 계주 1등을 했다는 남사초 5학년 이재원군(11)은 울상이 된 채 자리를 지켰다. 3주 전 친구들과 축구 하다 엄지발가락이 부러져 깁스를 했기 때문이다. 이군은 "달리기를 못해서 오늘 운동회도 너무 아쉽다"며 "깁스를 풀면 달리기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낮 2시10분쯤 총성과 함께 2·4·6학년 학생들의 계주가 시작됐다. 천막 아래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주자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운동장을 누볐다. 백팀의 승리가 확정되자 백팀을 응원하던 아이들은 모두 뛰어나가 주자를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계주를 이긴 백팀이 운동회의 승리도 가져갔다. 2300점 대 2200점. 백팀이 계주뿐 아니라 대회 초반 응원점수 50점을 획득하는 등 점수를 차근차근 쌓아나간 덕이다.
승자든 패자든 아이들은 순수하게 운동회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이긴 백팀은 '만세 삼창'을 했고 진 청팀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운동회가 끝나자 아이들은 지켜보던 보호자들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 학교 6학년 담임 정모씨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흥을 부끄럼없이 표출할 줄 안다"며 "아이들 목소리 때문에 회춘한다"고 웃어보였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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