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정폭력 신고 연 5만건…‘재발 우려’에 내리는 임시조치도 매년 증가세

이민준 기자 2023. 10.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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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관련 신고 접수가 2019년 5만건을 돌파한 뒤 매년 5만건 내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임시조치 승인 건수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20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가정폭력사범 접수 및 처분 현황’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은 2019년 5만3364건이 접수된 이후 2020년 4만9755건, 2021년 5만2436건, 2022년 5만1023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이미 2만8772건이 접수된 상태로, 연말까지 5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접수된 사건 중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임시조치가 승인된 건수도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서 승인된 결정을 기준으로 할 때 임시조치는 2019년 7853건을 기록한 뒤, 2020년 6723건으로 감소했다 재차 2021년 7829건, 2022년 8951건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는 8월말까지 이미 검사가 8995건을 청구해 7686건이 승인된 것으로 드러나 연말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전체 신고 수는 비슷한데 임시조치가 는 것을 두고 “분리 등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강도가 심각한 가정폭력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에 따른 술자리 제약 등으로 가정폭력이 2020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최근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임시조치는 사법경찰관이 가정폭력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 직권 또는 피해자 신청에 따라 검사에게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검사가 이를 법원에 청구해 승인 받는 형태다. 임시조치는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로 나뉘는데,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중복해 적용할 수 있다.

사법기관에선 긴급한 대응의 일환으로 임시조치를 신청‧승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심각해지는 가정폭력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울산지법에선 30년 전 본인이 이혼할 때 어머니가 아이들을 맡아줄 수 없다고 해 양육권을 빼앗긴 아들 A(62)씨가 어머니 B(81)씨를 수 차례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5월 폭행이 본격화한 직후 법원으로부터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계속해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서도 별거 중이던 아내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임시조치를 받은 C씨가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거주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상범 의원은 “임시조치가 증가세인 것은 가정폭력 사건의 수준이 심각하고 재발 우려까지 높다는 것을 가리킨다”며 “사법기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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