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찾은 택시기사 분신 유가족…“죽음 부른 택시사업장, 현장조사 실시하라”
“아버지가 회사에 바랐던 것은 그냥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노동청은 움직이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방희원씨(30)가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5층 근로지도개선1과 사무실 앞에서 말했다. 방씨는 사측의 부당해고와 임금체납에 항의하며 자신이 다니던 택시 회사 앞에서 227일간 1인시위를 하다 지난달 26일 분신해 지난 6일 세상을 떠난 고 방영환씨의 딸이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택시 노동자 40여명은 이날 오후 1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5층 복도에서 해성운수(고인이 근무하던 택시회사)가 속한 동훈그룹 16개 택시사업장의 특별근로감독과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정병진 남부지청장은 오후 3시32분쯤 유족 등과 20여분간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앞서 희원씨는 인천·부산 등지에서 모인 아버지 동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버지가 분신하기 20분 전 동료와 통화한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아빠도 울먹거리시더라고요. 무서우셨나봐요. ‘친구야 너무 힘들다. 도저히 못싸우겠다. 싸워도 의미가 없다. 내가 너네들 다 편하게 해줄게. 꼭 죽어서라도 해결해줄게’ 하고 끊으시더라고요.” 희원씨의 말에 택시기사들 몇몇은 눈물을 보였다.
희원씨는 “아버지가 바랐던 것은 완전월급제 이행과 해성운수 대표 처벌뿐”이라며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고, 장례를 치뤄드리며 아빠가 못한 걸 내가 대신했다고, 기특하지 않냐고 생색 한번 내고 싶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던 방씨는 2019년 7월 노조 가입 이후 2020년 해고됐으나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복직했다. 회사는 다시 소정 근로시간을 하루 3.5시간으로 축소하는 불이익 계약을 요구했지만 방씨는 계약을 거부했다. 그러자 회사는 방씨가 주 40시간 이상 택시를 몰아도 월 100만원가량만 지급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월 남부지청에 복직 이후 체불된 임금에 대한 진정을 남부지청에 넣었으나 남부지청은 진정을 무혐의 처분했다. 고인은 지난 8월 무혐의 처분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지난 9월 중순 남부지청에 해성운수 정승오 대표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남부지청은 이날 농성자들에게 “고소 건은 살아있고, 유족이 진행한다고 하면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지부는 “전주, 대전, 부산 등 다른 고용노동지청에선 (비슷한 진정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했다. 남부지청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사유를 묻고, 2022년 11월부터 지난 10월 고인이 사망하기까지 해성운수가 미지급한 주 40시간 상당의 최저임금에 대한 체불금품 확인원을 발급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완전월급제 이행 등을 촉구하며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방영환 열사 죽음의 책임 규탄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회사뿐 아니라 감시·감독 책임이 있는 단위들도 방영환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해성운수에서 남부지청까지 행진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태균 “윤 대통령 지방 가면 (나는) 지 마누라(김건희)에게 간다”
-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성남 땅 ‘차명투자’ 27억원 과징금 대법서 확정
- [단독]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선언한다
- 최민희 “비명계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
- [단독] 명태균씨 지인 가족 창원산단 부지 ‘사전 매입’
- “김치도 못먹겠네”… 4인 가족 김장비용 지난해보다 10%↑
- 4000명 들어간 광산 봉쇄하고, 식량 끊었다…남아공 불법 채굴 소탕책 논란
- 순식간에 LA 고속도로가 눈앞에···499만원짜리 애플 ‘비전 프로’ 써보니
- 체중·혈압 갑자기 오르내린다면··· 호르몬 조절하는 ‘이곳’ 문제일 수도
- “한강 프러포즈는 여기서”…입소문 타고 3년 만에 방문객 10배 뛴 이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