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도 웃는 당신 … 엑손모빌·셰브론株 샀군요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10. 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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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필수된 에너지株·ETF

전쟁 고유가 고금리 시대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미국 에너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주가 상승으로 뒤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에너지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아 자산가치를 방어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원유 생산이 많은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비축유(SPR)가 3년 새 반 토막이 나버렸으니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큰손 투자자' 워런 버핏조차도 자산의 10%가 에너지주다. 애플 주가가 하락할 때 미국 정유주가 오른다는 믿음 덕분이다.

이처럼 에너지주는 헤지(특정 주식의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른 주식에 투자하는 것) 차원에서 유용하다. 또 원유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 투자를 대신한다는 의미도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에너지주가 빅테크 주가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빅테크를 공매도(숏)할 바에야 에너지 주식을 사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중동지역에서 지속되는 국지전과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감산(생산 감축)은 고유가로 이어지고 에너지주 몸값을 띄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했다. 이때부터 유가는 올랐고 CIA 예측은 사실이 됐다.

5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기준 배럴당 82.31달러였는데 13일에는 87.69달러까지 상승하며 8일 만에 6.5%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10월 말 35.79달러와 비교하면 3년 가까운 기간에 145%나 급등한 것이다.

바닥난 미국의 원유 재고도 향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기준 전략비축유(비상시에 대비하는 원유 비축분)는 2020년 11월 20일 기준 6억3820만배럴이었다.

지난 5월 15일에는 재고량이 3억6000만배럴까지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4억배럴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고유가→물가 상승→통화긴축·고금리→기술주 투자 매력 감소'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애플 올인한 워런 버핏, 왜 에너지주 담고 있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식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투자자를 보고한 양식(13F)에 따르면 2022년 12월 23일 기준 워런 버핏은 애플 주식을 42% 들고 있었다.

그 외에 뱅크오브아메리카(10%) 셰브론·코카콜라(8%) 아메리칸익스프레스(7%) 옥시덴털퍼트롤리엄(옥시덴털·4%) 등을 4% 이상 담고 있다.

포트폴리오 1·2등 주식인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 기간에 주가가 각각 27.3%, 29.9%나 하락했다. 그러나 셰브론과 옥시덴털은 각각 8%, 100% 올랐다.

2022년 다른 '큰손'들의 빅테크 중심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박살 나는 동안 워런 버핏이 선방한 것이 에너지주의 필요성을 증명한다.

2023년 들어 버핏은 셰브론을 팔아 애플 주식을 더 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에너지주는 버핏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이다.

최근 13F로 보면 버핏은 셰브론(5.6%)과 옥시덴털(3.8%)을 보유해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비중이 9.4%다. 그가 좋아한다는 코카콜라(6.9%)보다 비중이 높다.

버핏처럼 거대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빅테크(애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에너지주는 '필요악'이다.

17일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0.9% 하락했는데 셰브론은 1.3% 올랐다.

이런 식으로 최근 15거래일(9월 27일~10월 17일) 기준 애플과 셰브론의 일일 주가 변동이 서로 달랐던 날은 12거래일(80%)이다.

같은 기간 미국 에너지주 시가총액 1위 엑손모빌은 단 하루인 지난 10월 10일만 애플과 주가 흐름이 같았고, 나머지 거래일에는 서로 달랐다. 일일 변동을 보는 입장에서는 애플과 엑손모빌이 최근 거의 완벽한 헤지를 이뤘다. 빅테크가 떨어져도 에너지주가 상승하니 '마음 편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는 셈이다.

주주환원 활발한 셰브론

버핏이 이런 엑손모빌을 놔두고 셰브론을 택한 이유는 더 높은 주주환원율과 더 미국적인 회사여서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셰브론은 지난 6월 말 기준 1년간 순이익 313억1700만달러(약 42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자사주 매입·소각(2022년 6월 말과 2023년 6월 말 평균 주가 적용)과 배당으로 249억700만달러를 주주에게 썼으니 주주환원율이 79.5%에 이른다. 엑손모빌은 주주환원율이 최근 1년 순익 대비 59.3%에 그쳤다.

셰브론의 사업 구조는 업스트림(매출의 33.5%)과 다운스트림(66.3%)으로 양분화돼 있다. 업스트림은 원유나 천연가스 탐사와 개발, 수송과 운송, 저장 등을 말한다. 다운스트림은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정제·판매하는 것과 윤활유 첨가제나 산업용 플라스틱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5%를 차지한다. 미국 내 안정적인 석유 소비를 바탕으로 셰브론은 버핏뿐만 아니라 많은 '큰손'의 선호 대상이다.

주주 구성은 17일 셰브론 유통주식 수 기준으로 뱅가드가 8.7%, 블랙록이 6.7%, 버크셔해서웨이(워런 버핏)가 6.6%로 이뤄져 있다.

81조원 빅딜 완료한 엑손모빌 성장성 얻나

엑손모빌의 주주 구성은 뱅가드(9.8%) 블랙록(6.9%) 스테이트스트리트(5.2%)가 1~3위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단짝이면서 경쟁자다. 둘은 원래 뿌리가 하나다.

두 회사는 '석유왕' 록펠러의 후계자들을 자처하는데 유가가 곤두박질칠 때마다 하나로 뭉치자(합병)는 얘기가 곧잘 나온다.

록펠러 석유제국이 엑손모빌 셰브론 등으로 쪼개진 이후 초기에는 셰브론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엑손모빌이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이달 엑손모빌은 미국 3대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파이어니어)를 600억달러(약 81조240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에쓰오일(시총 8조원)을 10개는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만큼 셰일오일 회사의 인기가 높다. 셰일오일에 대한 상업화는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곧잘 비유된다.

검은색 퇴적암인 '셰일'은 미국 내에 가장 많이 퍼져 있고, 여기서 기름과 가스를 추출하기 위해 첨단 센서나 로봇, 인공지능(AI)이 적용되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을 감안했을 때 셰일오일은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엑손모빌은 떨어지는 매출 성장세를 높이기 위해 셰일오일 회사 파이어니어를 인수한 것이다.

엑손모빌의 향후 5개년(2023~2027년) 매출 성장률 -2.03%(연평균 복합성장률 적용)를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버핏이 셰일오일 회사 옥시덴털 지분을 올 들어 늘리는 이유도 엑손모빌과 비슷하다.

엑손모빌의 사업은 셰브론보다 더 다양하다. 특히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올 상반기 기준 엑손모빌 매출의 79%가 석유제품(다운스트림)에서 나온다.

나머지 매출은 업스트림 8.3%, 석유화학 6.9%, 스페셜티 5.8%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스페셜티 사업은 범용 석유·석유화학 제품보다 이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 소규모 제품을 뜻한다.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것은 '양날의 검'이다. 요즘처럼 유가가 뛰는 와중에는 원료(원유) 가격이 높아져 마진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역별 비중은 미국이 38.1%, 미국 이외 국가가 61.9%다. 셰브론에 비해 더 국제적인 에너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엑손모빌은 2027년까지 수소와 이산화탄소 포집 등 저탄소 사업에 17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결국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탄소 저감과 신재생 사업으로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16일 기준 엑손모빌의 최근 1년 주가는 9.3% 올랐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은 3.31% 수준이다. 셰브론은 1년 주가가 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배당수익률은 3.65%로 엑손모빌보다 높다.

석유·천연가스 간접투자하려면 XLE ETF

미국 에너지 투자는 자산 헤지 차원에서나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간접투자 성격으로 유망하다. 개별 종목 리스크를 좀 더 줄이려면 이 둘(엑손모빌·셰브론)을 포함한 ETF를 매수하면 된다. 바로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E)다.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 ETF 'XLE'는 1998년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가 만들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종목을 담다 보니 17일 기준 엑손모빌 비중이 21.95%로 가장 높다.

그 뒤로 셰브론(18.27%) EOG리소시스(4.86%) 코노코필립스(4.61%) 등 순서다. EOG리소시스는 옥시덴털과 비슷한 셰일오일 회사다. 코노코필립스는 원유·천연가스 개발 위주의 업스트림 중심 회사다. 유가가 오를 때 업스트림 회사 주가가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월가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압도적인 주주환원율 때문이다.

최근 1년(2022년 6월~2023년 6월) 순익의 107.4%를 주주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 형식으로 돌려줬다.

국내에서는 4대 정유사들이 대형 에너지주로 언급된다. SK이노베이션 S-OIL(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전개 중이어서 투자 측면에서는 정유주인지, 배터리주인지 헷갈린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어 화끈한 투자나 배당을 할 때도 있지만 2020년처럼 아예 배당을 주지 않기도 해 투자 안정성이 떨어진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직 비상장사이며 GS칼텍스는 지주사 'GS'를 통해 상장돼 있어 진정한 고배당 에너지주로서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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