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인간이 곰팡이가 된다면? … 상상은 매력적"
◆ 저자와의 대화 ◆
"자아를 가진 인간이 개미나 곰팡이처럼 하나의 군체가 돼 세계를 인식하는 상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만부가 넘게 팔린 화제작 '지구 끝의 온실'을 쓴 김초엽 작가가 지난 16일 열린 두 번째 SF 장편소설 '파견자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작 집필 의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인간성의 핵심인 객체중심주의를 탈피해 군집과 세계에 동화되는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1인칭 시점으로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한계 짓기도 한다"며 "자아를 잃은 채 곰팡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파견자들'은 우주에서 날아온 치명적인 균사체를 피해 지하 도시에 사는 인간들이 지상을 수복하기 위해 항쟁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지상으로 보내진 파견자들이 외계 균사체인 '범람체'와 그것에 오염된 지구 생물들과 겪는 사건을 통해 인간성과 자아, 존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군체의식에 동화된 생명체들은 주관성을 가진 인간과 전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범람체에 오염돼 인간성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감각과 심리를 묘사하며 독자들이 비인간적 존재 방식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김 작가는 "문학은 개인의 한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와 타인을 경험하게 한다"며 "범람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SF 소설이 인간이 아닌 대상의 존재 방식을 상상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F 소설은 소재와 상상에 한계가 없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 식물뿐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등 모든 존재를 상상할 수 있는 게 SF 소설의 매력"이라며 "인간의 감각 경험에 근거한 상상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더듬어보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의식을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신작을 집필하며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과학 지식 등 작품 속 제재에 대한 취재보다는 소설이 막힘 없이 읽히고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게 기술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자들이 인물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게 캐릭터를 구체화하고 불필요한 플롯을 쳐내는 데 집중했다"며 "작가 생활을 시작할 때 읽었던 작법서들을 많이 뒤적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SF 장르의 소비층이 늘고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 상황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2017년 문단에 나왔던 시기보다 SF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독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SF 장르에서는 과학, 우주, 외계인 등 소재에 대한 배경지식에 따라 독자의 접근성과 감정이 다르다"며 "소설뿐 아니라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 SF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에 작가로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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