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서 패배’ 수습 마지막 퍼즐 고심… 혁신위 수장 누가 맡을까
하태경·윤희숙·조정훈엔 ‘새로운 이미지’ 평가… 경륜은 부족 평가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고자 ‘김기현 지도부 체제 2기’로 인적 쇄신을 꾀했지만 여전히 당 쇄신안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남아 있다. 혁신위원회 구성이 여전히 미정인 탓이다. 다음주에는 혁신위를 출범하겠다는 계획과는 별개로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힘이 바뀌었다’ 수준의 통념을 깨는 인선이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누가 혁신위원회 수장을 맡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승패는 이번 혁신위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당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전원 사퇴’로 책임지는 것 대신 ‘임명직 개편’을 선택한 탓이다. 전날 배준영 신임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끝으로 ‘김기현 지도부 체제 2기’ 인선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도부 수장이 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반쪽짜리 쇄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만큼 혁신위를 이끌 수장이 얼마나 ‘새로운 얼굴’인지가 국민의힘 총선 전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원장에 누구를 앉힐지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날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장 인선난을 놓고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당이 혁신하는 데 있어 상징적인 인물을 모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다소 늦더라도 올바르게 가는 게 맞는다”라고 말했다. 오는 23일로 계획된 혁신위 구성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원장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들 모두 굵직굵직한 조직을 꾸려 이끈 경험이 있어 혁신위 운영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새롭지 않다’는 이미지 때문에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말 그대로 ‘혁신’은 새로워야 한다. 거론된 분들이 모두 하나 같이 능력이 뛰어난 것 맞지만 국민들에게 신선하지 않다는 건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지도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나온 파격적인 인사로 통념을 깨야 한다는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지역구인 부산을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상태다. 3선을 한 지역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도전한다는 이미지가 당 쇄신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전권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혁신위원장을 뽑기 힘들 것”이라며 “그 정도는 해야 당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혁신위를 맡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도 혁신위원으로 넣겠다며 ‘연합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원장 후보로 윤희숙 전 의원을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반영된 민심이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과 관련된 만큼 민생 경제까지 아우르면서 당 체질 개선에 나설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윤희숙 전 의원이 경제를 잘 아는 건 맞지만 정말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혁신적인 정책과 방향성까지 아우른 당 쇄신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윤 전 의원급 인사는 돼야 혁신했다고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장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얼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혁신위원회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시대전환은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조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여당의 인적개편에 대해 “약간 돌려막기(인 것으로 보이지만 당 지도부의) 고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의힘 핵심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혁신위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진짜 국민의힘이 개혁의 의지가 있고, 진보의 의제까지 확장해서 보수적으로 해석할 의지가 있다면 저 또한 쓰임을 받을 마음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 임명을 위해 원외 인사로 원로 정치인, 교수, 스타트업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김기현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당정을 잇는 역할을 하면서도 대중들에겐 신선한 이미지까지 줘야 하는 인사를 찾아야 하는 만큼 ‘혁신위원장 찾기’는 수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선거 패배로 김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린 상황에서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주기가 어렵다”며 “이런 구조에서 당과 정부 사이에서 가교적인 역할도 해야 하고 앞으로 있을 총선을 대비해 대중들에겐 새로움을 상징하는 인물이어야 하는 등 혁신위원장이 갖춰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위원장 후보로 언급된 인사 중 하태경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은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갖췄다. 하지만 새로움만으로 승부하기엔 이번 혁신위원장이 맡아야 하는 역할의 의미가 크다”며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반면교사하는 방향으로만 해도 국민의힘이 가고자 하는 쇄신의 반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혁신위를 통해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정국을 전환하고자 하는 만큼 총선에서 반드시 민주당을 이길 발판을 마련할 사람을 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더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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