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성사될까…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김경욱 2023. 10. 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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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0년 11월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내 바이오 제약사인 셀트리온과 이 회사의 판매·유통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합병 안건 통과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 합병 ‘찬성’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상당수 소액주주까지 나서 합병 찬성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안이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합병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각각 임시 주총을 열어 합병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인다.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합병안이 통과된다. 앞서 이들 두 회사는 지난 8월17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으며,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주주들에게서 합병 반대의사 통지를 받아왔다.

셀트리온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합병에 따른 기대감 등으로 이후 주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해 주주들이 쉽게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 주주들이 최근 주식 사기 운동을 벌이며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합병안 통과의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지난 7월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 주주 비율은 각각 59.8%와 66.2%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가 두 회사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와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국내 자문사인 한국이에스지(ESG)기준원과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도 합병이 수익성 증대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최근 합병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사는 주총 안건을 분석해 투자자에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하는데, 다수의 국내외 투자자와 소액주주 등이 이런 자문사 의견을 참고해 의결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합병 변수로 꼽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청구권 행사 가격이 주가보다 높으면, 주주 입장에서는 이를 행사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15만813원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제시한 가격은 6만7251원이다. 이들 회사 주가는 20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14만2200원, 6만3500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 등 주총 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해당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들 회사 소액주주 5~6%가량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셀트리온 그룹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그룹이 (지난 8월) 약 1조원 한도 안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청구권 행사 금액이) 이를 넘어설 경우 합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된 결정적 계기도 합병에 반대한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였다. 당시 이들 회사는 1조3600억원의 자금을 준비했지만, 청구권 행사금액이 1조6천억원을 넘어서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반면,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이 지금 주가보다 높아, 예상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를 초과할 경우 복안이 있다고 밝히는 등 필요에 따라 (셀트리온 쪽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병 성사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다.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하면 이날부터 11월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친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두 회사는 12월28일 최종 합병한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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