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씨네멘터리] '화란', '플라워 킬링 문' 그리고 '블루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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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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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화란', 폭력에 노출된 고등학생의 가혹한 현실 드러내"
"'화란', 학교·가정·조직 폭력 핍진성 있게 드러내…안정된 연출 특징"
"'플라워 킬링 문', 미국 비극 실화 '오세이지족 살인사건' 다뤄"
"'플라워 킬링 문', 실제 부족·아메리칸 인디언 배우가 직접 연기"
"'블루 자이언트', 색소폰 독학해 재즈밴드 결성해 성장해가는 이야기"
(※ 아래 내용은 실제 라이브 방송 내용과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습니다)
Q.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어떤 영화들 소개해주실 겁니까?
올해 칸 진출작들이 국내 개봉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던 한국 영화 한 편과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에 초청됐던 한국 영화 “화란”입니다. 주목할만한 시선은 말 그대로 주목할만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초청해 상영하고 시상도 하는 칸 영화제의 공식 세션인데요, 김창훈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인 “화란”을 칸에서 상영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원래 MVP보다 올해의 신인상이 더 힘들다고 하잖아요.
Q.그런데 제목이 좀 특이한데요, 화란이 무슨 뜻인가요? 혹시 예전에 네덜란드를 가리키는 한자어를 말하는 건가요?
저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난 이름인가, 사람 이름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네덜란드를 가리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영어 제목은 HOPELESS거든요. 희망이 없다는 뜻이죠. 영화에서 “화란”은 극중 주인공의 이상향으로 언젠가는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이 정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 건데요, 내용적으로는 호프리스가 딱 들어맞는 제목이고, 상징적으로는 화란이 더 괜찮은 제목같아 보입니다.
Q. 어떤 내용인지 제목만 가지고는 짐작하기가 어려운데, 줄거리가 어떻게 됩니까?
낙후한 도시에 사는 18살 연규는 알코올 중독자인 의붓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삽니다. 가난한데다 맞고 사는 그에게 유일한 삶의 희망은 돈을 모아서 어머니와 함께 화란으로 떠나는 겁니다. 하지만 배다른 동생을 도우려다가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집 배달에 나섰다가 동네 조폭 중간 보스인 치건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송중기가 연기하는 치건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연규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자의반타의반으로 그를 조직에 합류시키게 되는데요 이게 연규를 돕는건지 파멸시키는 건지 본인도 관객도 알 수 없는 가운데 두 사람이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내용의 느와르 영화입니다. 김창훈 감독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창훈 감독=보통 느와르 영화라고 하면 남성 사회의 권력 구조나 야망을 쟁취하려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장르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은 오히려 영화의 가장자리에서 머물러서 환경으로만 작동을 하고 오히려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는 한 소년이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고 위태로운 방향으로 성장을 한다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Q. 이 영화가 송중기 배우가 노개런티로 출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네 송중기 배우를 캐스팅하려면 제작비가 많이 올라갈 거고 신인 감독의 데뷔작에 그런 투자를 할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은 송중기 씨가 이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송중기 배우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이처럼 날 것 같고 거친 느와르 영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요, 송중기 씨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송중기 배우= 이 영화가 꼭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그 말을 반대로 얘기하면 솔직히 상업 영화 시장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좋은 소재이고 너무 좋은 이야기라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정말 어떻게든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선택한 방법이었을 뿐이지
Q. 그토록 절실하게 원했던 캐릭터를 맡은 송중기 씨 연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영화는 재미있습니까?
이 영화를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재미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영화를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게 과연 적절할지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느와르 영화가 원래 어둡기는 하지만 “화란”은 굉장히 어둡고 찐하고 날 것 같은 영화입니다.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조직 폭려이 상당히 핍진성있게 그려집니다. 조폭들이 나오는 영화니까 잔인한 장면도 있긴 한데요, 그것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보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신인 감독의 데뷔작다운 미덕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내뿜는 에너지가 셉니다. 사실 너무나 센 허구의 이야기인데 어떤 때는 다큐멘터리가 갖는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만듦새가 너무 거칠면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건데요, 신인 감독치고는 상당히 안정된 연출과 프로덕션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관록 있는 제작사인 사나이픽쳐스가 제작을 맡아서 이 정도 완성도가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사나이픽쳐스는 작년에는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헌트”로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을 했으니까 2년 연속으로 칸 진출작을 제작했네요. 배급사 역시 헌트와 같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입니다.
<플라워 킬링 문>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다음은 할리우드 영화죠, 마틴 스코르세지옹의 영화네요?!
맞습니다. 이 영화도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상영이 됐습니다. 원래는 경쟁 부문에 초청을 했는데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자기는 이제 됐고, 후배 감독들에게 기회가 가야한다고 고사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하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이고, 세계영화사에도 기록될 대가죠. 이미 1976년에 “택시 드라이버”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았구요, 80년대에 칸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으로 오스카를 받으면서 객석에 있던 스코르세지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정작 스코르세지 감독은 아카데미에 9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도 겨우 한 번을 수상하는데 그쳤습니다. 무슨 영화인지 아시나요? (앵커 답변)
그런데 이번 영화로 내년에 아카데미상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가 지난 번에 소개해드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되겠습니다.
Q. 이 영화 역시 화란과 마찬가지로 제목만 가지고는 무슨 영화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일단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사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플라워 킬링 문이 아니라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입니다. 이 원제를 알아야지 정확한 의미가 전달이 됩니다. 플라워 문은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5월에 뜨는 보름달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원제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보름달의 살인자들 정도가 되겠지요.
원작 소설의 제목도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이고요, 오세이지족 살인사건과 FBI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딱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좋아할 소재같지요.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평생 천착해 온 주제인 미국과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영화입니다.
제가 쓰는 ‘씨네멘터리’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외화 제목은 원제를 충실히 반영하든가 아니면 아예 멋진 초월 번역을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목 정한 쪽에서도 고민이 많았겠지만, “플라워 킬링 문”이란 제목은 뜻이 직관적인 것도 아니고, 그닥 멋진 제목같지도 않습니다.
Q.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갱스터 세계를 주로 다뤄왔잖아요? 전작인 아이리시맨은 마피아와 유명한 노동운동가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였구요, 스코르세지옹은 그동안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나 아이랜드계 미국인이 개입되는 미국 사회의 이야기를 많이 다뤄왔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입니까?
이번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에 원래 살고 있던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까 제가 이 영화의 원작의 부제를 말씀드리면서 오세이족 살인 사건이라고 했었죠. 아메리칸 인디언 중에 오세이지족이라고 있습니다. 원래는 미시시피강 부근에 살았는데 미국 정부에 땅을 양도하고 오클라호마에 땅을 받아서 정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석유가 터져나옵니다. 오세이지족은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그래서 당시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게 백인들을 부리면서 삽니다. 물론 백인들은 수그리는 척 하면서 오세이지족을 등쳐먹기 위해 갖은 계획을 세우죠.
실제로 많은 수의 오세이지족이 의문을 죽음을 당하고 재산은 백인들에게 넘어갑니다. 당시에는 경찰 제도도 미비해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도 않고 모든 게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태동기에 있던 FBI가 개입하게 되고 일련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합니다.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은 1920년대의 이런 미국의 흑역사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Q. 출연배우들을 보니까 화려하네요. 로버트 드 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거장들은 소위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배우진들이 있죠. 봉준호 감독 같으면 송강호 배우라든지, 웨스 앤더슨 감독 같으면 틸다 스윈튼이랄지. 마틴 소코르세지 감독의 페르소나는 잘 알려졌다시피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입니다.
킬링 플라워 문은 디카프리오가 먼저 판권을 사서 스코르세지 감독에게 권했다고 합니다. 자주 보니까 신선한 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야 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데요, 두 배우 모두 각각 스코르세지 감독과 6번 째, 10번 째 작품을 한 건데요, 두 사람이 함께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가 삼촌인 로버트 드 니로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한탕해보려고 결혼하게 되는 오세이지족 여성 역을 맡은 배우가 릴리 글래드스톤인데요, 실제로도 아메리칸 원주민 배우인 이 배우의 기품있는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오세이지족 배역은 실제 오세이지족 배우나 아메리칸 인디언 배우들이 연기했습니다.
Q. 그런데 이 영화 러닝타임이 엄청 길던데,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요?
러닝타임이 거의 3시간 반에 가깝습니다. 아바타가 3시간 12분, 오펜하이머가 3시간이었으니 그보다도 2,30분이 깁니다. 후반에 약간 늘어지는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방광만 버텨준다면 충분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뿌리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가 배급을 맡았다가 늘어나는 제작비에 최종적으로 애플에 넘겼는데요, 제작비가 오펜하이머의 2배인 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메이져 스튜디오들도 손쉽게 결정을 할만한 프로젝트는 아닌거죠.
그런데 영화를 보면 이런 제작비가 잘 쓰였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미술과 복식 등등에서 192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잘 고증됐다는 인상을 받습니다.더구나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자신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온 미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 잘 고증되고 픽션이라 할지라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않게 종합적으로 잘 검토했을 거라는 믿음을 줍니다.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시네마로 쓴 대서사시입니다. 추천드립니다.
<블루 자이언트>
Q.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뭔가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선입견이 있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흔치 않은 음악 영화, 그것도 재즈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새롭습니다.
“블루 자이언트”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일본에서 크게 히트했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블루 자이언트는 단순히 소재로만 재즈로 다루는 게 아니라 재즈 음악을 상당히 심도깊게 다루고 있는데요, 전체 영화에서 라이브로 재즈가 연주되는 분량이 약 30분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연주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간단하게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중학교 때 재즈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은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는 독학으로 테너 색소폰 연습에 매진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쿄로 단신 상경해서 피아니스트 유키노리, 드러머 슌지와 함께 재즈 밴드 재스를 결성합니다. 다이의 목표는 확고합니다. 세계 최고의 색소포니스트가 되는 건데요, 그가 빈손에서 시작해서 도쿄 최고의 재즈 클럽인 쏘 블루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쉽지 않은 여정, 멤버들 사이의 갈등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블루 자이언트의 음악 감독이자 직접 피아노 연주를 담당한 우에하라 히로미는 일본의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그래미상 수상 경력이 있고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김동률씨와 버클리 음대 동문이라 김씨가 우에하라 히로미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고 하네요.
색소폰, 피아노, 드럼 트리오의 재즈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오랜만에 보는 재즈 영화입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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