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틀어쥔 中, 결국 수출 조인다… 韓 배터리 업계 ‘비상’
이차전지 핵심 소재… 중국산에 90% 이상 의존
韓 배터리 업계, 통제 직후 당분간 타격 불가피
중국이 연말부터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흑연의 수출을 통제한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다. 중국은 세계 광물 공급을 틀어쥐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인 흑연의 무기화에 나선 것이다. 배터리 강국이면서 중국산 흑연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이번 수출 통제 대상이 된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수출 통제는 오는 12월 1일부터 적용된다.
흑연은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원료로, 이차전지의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천연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 용량이 낮다. 인조흑연은 가격이 비싼 대신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경우 인조흑연을 주로 사용한다.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대중국 제재에 맞서기 위함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통제 조치에 포함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AI) 칩보다 사양이 낮은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추가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 등이 자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때마다 맞불 성격으로 수출 통제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전에도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선 바 있다. 올해 8월 시작된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허가제가 대표적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소재에 활용되는 금속인데, 이 부문까지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에 쓰여 아직 용처가 많지 않은 데다 게르마늄은 대체 수입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자원 전쟁’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이었고, 이때 한국이 가장 우려하던 것이 희토류와 흑연이었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산 흑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조흑연 중국산 수입액 비중은 91.1%를 차지했다. 천연흑연 역시 중국산 비중이 90%를 넘는다. 중국의 흑연 무기화에 대비해 국내 업계도 수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중국산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세계 배터리 지형을 고려하면 이번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한국과 일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1·2위는 중국 CATL과 BYD였고, 이 뒤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SK온이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내에는 미국 배터리 기업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한국과 일본이 특히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흑연 수출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를 통해 수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흑연 공급로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타격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지금도 정식 수입 신고에 준하는 신고를 해오고 있어 (수출 허가 기준이 높아져도)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 통제가 본격 시작되면 당분간 공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 역시 수출 허가에 시간이 걸려 통제 첫 달인 8월 중국의 수출량이 ‘제로’(0)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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