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가 사마귀를 조종하는 비밀…"숙주에게 유전자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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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연가시가 가진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의 비밀을 풀었다.
사토 타쿠야 일본 고베대 교수 연구팀은 연가시가 사마귀와 같은 숙주의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 수천 개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유전자 구성은 연가시와 사마귀 간의 유전자 수평 전달이 일어났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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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연가시가 가진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의 비밀을 풀었다.
사토 타쿠야 일본 고베대 교수 연구팀은 연가시가 사마귀와 같은 숙주의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 수천 개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가시가 지닌 이 유전자들을 숙주로부터 직접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물에서 번식하는 연가시는 땅 위에서 사는 곤충의 몸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주로 사마귀에 기생한다. 성장을 마친 연가시는 물에서 알을 낳기 위해 숙주를 물에 빠트린다. 독특한 번식 방법을 가진 연가시가 어떻게 숙주를 조종하고 익사에 이르게 하는가는 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연가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마귀를 연가시에 감염시켰다. 손바닥 크기의 사마귀 내부에서 양분을 섭취한 연가시는 1m 길이까지 자라났다.
연가시가 성장을 마치자 이윽고 사마귀는 물가로 이동했다. 결국 스스로 물에 빠져 죽었다. 연구팀은 사마귀가 익사하기 전, 익사하는 도중, 익사한 후에 뇌 내부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했다. mRNA는 유전자가 활성화될 때 체내에서 단백질의 생성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mRNA 발현량을 관찰한 결과 연가시는 사마귀를 조종하는 동안 아주 많은 유전자에서 발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00개 이상의 유전자 발현량이 증가했다. 이 중 1400개 이상의 유전자는 사마귀의 유전자와 거의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유전자 구성은 연가시와 사마귀 간의 유전자 수평 전달이 일어났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 유전을 통해 전달된다. 이를 수직 전달이라 한다. 수평 전달은 이러한 유전학의 원리에 의하지 않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통해 유전자가 다른 개체로 전달되는 현상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클레망 길베르트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교수는 "연가시가 사마귀의 유전자를 빼앗은 것이 맞다면 이는 가장 큰 규모의 유전자 수평 전달이 일어난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연가시가 정말로 사마귀의 유전자를 훔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분석 과정에서 사마귀의 조직이 연가시 샘플을 오염시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가시가 사마귀의 유전자를 획득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유전자가 사마귀의 행동을 조종하는 자세한 방법을 밝혀내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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