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참고인 빠진 과방위 국감...‘불량 상임위’ 오명
(지디넷코리아=박수형 기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의 거듭된 협의 실패로 증인과 참고인이 단 한 명도 없는 맹탕 국정감사를 치른다.
과방위는 상임위 전체회의나 소위 회의도 파행을 거듭하면서 '식물 상임위'란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출석 증인조차 없이 국감을 치르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불량 상임위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과방위는 오는 27일 종합감사 마지막 일정이라도 증인과 참고인 출석을 위해 여야 간사 간 줄다리기 협상을 펼쳐왔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증인과 참고인 출석 명단은 지난 18일 KBS와 EBS 대상 감사 중에 구체화 됐다. 당일 오후에는 증인과 참고인 명단 인쇄물이 회의장 내에 오갔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 직전에 간사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의원들에 알리기도 했다.
복수의 과방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인과 참고인 출석 협상을 두고 여야는 넷플릭스 관련 증인과 R&D 예산 삭감과 관련된 참고인 출석에 이견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료 분쟁을 겪다가 대통령의 최근 미국 순방 직전 소송을 취하했다.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에 힘을 쏟은 야당 의원들은 이번 감사에서 관련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넷플릭스 증인 채택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R&D 관련 연구원 출석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대하고 여당이 막아섰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대상 기관의 뜻을 따르느라 참고인 이야기를 못 듣는 거냐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평행선을 달린 증인 명단 협상은 기업인의 경우 실무 임원에서 대표 혹은 창업자 이름이 오가면서 더욱 큰 이견을 보였다. 통신 3사의 경우 부문장급 임원에서 대표이사의 출석, 네이버의 경우 실무 임원이나 최수연 대표에서 창업자인 이해진 GIO가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출석 증인 채택 명단 합의를 다음 날로 넘겼다.
국감 일주일을 앞둔 19일 방송문화진흥회, 코바코 대상의 감사 중에도 비슷한 협상이 반복됐다. 감사 증인에 최소 일주일 전까지 출석통지서를 송달해야 하는 점에 따라 사실상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지지부진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대립에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합의가 이뤄진 증인과 참고인만이라도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적인 입장 대립으로 양당이 아무도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하지 않는다면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상임위 내 최다선인 변재일 의원 역시 양측이 반대하는 증인과 참고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성이 제기된 모든 명단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로 반대하면서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시키지 못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과방위원들의 이 같은 요구에도 우주항공청 관련 안건조정위원회 논의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감사 증인 출석 협상은 물거품이 됐다.
국민의힘은 우주항공청 법안 심사를 증인 협상 전제로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별개의 사안을 요구하면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고 비판했다.
결국 증인과 참고인도 못 세운 과방위를 두고 국회 안팎에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기관 감사에서 가짜뉴스와 R&D 예산 등 특정 이슈에만 매몰되면서 다른 정책적인 문제는 살피지 못하면서 상임위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다른 상임위에선 과방위 상황을 촌극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증인 채택 불발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여당과 감사 기간이 지나도록 도돌이표 협상을 이어간 야당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 한 보좌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지만 과방위는 의회 기능을 상실한 수준이란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 간사의 증인 채택 합의 불발에 박완주 의원은 삼성전자의 종합감사 참고인 자진 출석을 요청키도 했다.
박수형 기자(psoo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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