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모처럼 여야 한목소리 낸 `의대 정원 확대`, 비판 피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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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 체계의 전반적인 개혁을 할 것"이라며 "단순히 의사 수 늘리기에 머물지 않고 보건의료 체계 재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제스처지만, 내심 공공의료까지 전선을 확대하며 정부의 부담을 늘리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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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 뭔지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되지 않았던 셈…정치권 가스라이팅 동조해 구호외친 국민만 피해자
윤석열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 체계의 전반적인 개혁을 할 것"이라며 "단순히 의사 수 늘리기에 머물지 않고 보건의료 체계 재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공공 필수 지역 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제스처지만, 내심 공공의료까지 전선을 확대하며 정부의 부담을 늘리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대응을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민주당이 과거 집권당 시절 의대정원확대를 시도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담을 느껴 접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2020년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정책 추진에 강력 반발, 단체로 진료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물러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의대 정원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펼 수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확대를 매듭짓지 않고 윤석열 정부로 떠넘겼다.
이는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의대 정원 확대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의대를 추진하지 못한다면 의대 정원확대만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의대정원 확대는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필요한 사전작업 격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전남의대, 국립 순천대, 국립 목포대 의대 등 호남지역에 공공의대 설립 특별법 3건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지역의사법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대 정원 확대를 정치적 승부수로 띄워 '단계상 우선 해결할 문제'로 꼽을지는 몰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여당도 어디까지나 '두번째 의제'로 접근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 △지방의료 붕괴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수요 폭증 △초고령사회 진입을 근거로 들면서 의대 정원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와 함께 추진해야할 과제로 '필수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꼽았다. 어차피 지금처럼 의료 사고 부담이 크고 의료수가(酬價)가 개선되지 않으면 의사만 충원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당연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공의대 설립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생각해보면 의대 정원 확대는 장기적 필요성은 접어두고 당면한 문제 해결과는 무관하다 싶을 정도로 관련이 없다. 당장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도, 그 의사들이 사회에 나오는데는 약 10년이 소요된다. 또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이민을 대폭 받지 않는 한 인구 급감이 확정적이다.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나아가 최근에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백병원도 폐업을 결정한 뒤 외국인 관광객 병원을 고려하는 등 최근 의료 붕괴 문제가 결코 지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여야정 모두 의대 정원 확대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구호에 맞춰 한 목소리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진짜 문제가 뭔지는 제대로 국민에게 설명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의사를 기득권으로 보고 타파하겠다고 하면 여론이 호응할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진짜 개혁해야할 부분을 모르고 동조한 국민만 피해자가 됐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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