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안에서 보자”···이스라엘, 지상작전 예고

선명수 기자 2023. 10.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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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가자 분리장벽에 대거 집결
‘지상전 임박’ 관측에 역내 긴장 확산
중동 내 반미감정 커지며 미군 기지 공격도
미국, 헤즈볼라 등 ‘제2전선’ 확대 우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곧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또 다시 예고했다. 지상군 투입 임박 조짐이 나타나자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라크·예멘 내 시아파 무장정파들까지 국지적인 군사적 도발에 나서면서 확전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다만 확전을 우려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침공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어 지상전의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분리장벽 바깥에 집결해 있는 군 부대를 방문해 “우리는 지금 멀리서 가자지구를 보고 있지만, 곧 안쪽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명령이 곧 내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국경 인근에 배치된 군 부대에서 승리를 약속하는 연설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공중폭격을 가하는 한편, 전체 인구(약 920만명)의 약 4%에 달하는 36만명의 예비군을 소집해 지상 작전을 준비해 왔다.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11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지난 13일부터 나왔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외국 정상들이 잇따라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잠시 미뤄졌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병원에서 한 여성이 숨진 아이를 안고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다시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역내 분쟁 확산에 따른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부 장관은 각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며 “모든 징후가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이 재앙은 앞으로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레바논에 거점을 둔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도시 마나라의 군사기지에 로켓 20여발과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군도 이에 대응한 공습을 벌였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산발적으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도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크루즈 미사일 3기와 드론 여러대를 발사해 인근 해역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 전함이 이를 요격하기도 했다.

중동 전역에 반미 감정이 높아지면서 미군을 향한 공격도 늘어났다. 이날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의 또 다른 미군 기지가 로켓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전날에도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비롯해 시리아에서도 드론 1대가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군과 연합군을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리장벽 바깥에서 지상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 작전이 헤즈볼라 등 주변 세력의 개입으로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방 당국자들은 헤즈볼라와 대치 중인 이스라엘 북부에서 제2전선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제3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서안지구에서는 반 이스라엘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제까지 최소 81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지고 8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날도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내 난민캠프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X 캡쳐

이 같이 확전 우려가 점증하면서 미국은 연일 이스라엘에 ‘과잉 보복’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당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실수’를 거론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것(지상 공격)과 관련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헤즈볼라의 도발에 대해서도 과도한 대응으로 확전 빌미를 주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그 어떤 때보다 이스라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지상전 계획 역시 ‘기존과 다른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스라엘 전문가인 마이라브 존제인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서는 지상군 작전을 벌이고 남부에서는 표적만 족집게식으로 제거하는 ‘외과수술적’인 접근법을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서 한 남성이 공습으로 숨진 아이의 시신을 들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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