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군불 때는 친명계···이 대표 통합 행보와 대비효과 노리나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무 복귀를 앞두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들의 해당행위를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이 대표가 통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동시에 이 대표가 복귀 후 통합 행보를 할 때 극적인 대비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20일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가결파 5인에 대한 처리 문제라기보다 ‘해당행위에 대한 당원들의 징계 요청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논의의 주 논점”이라며 “(이) 대표가 당무 복귀하고 난 이후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해당행위라고 하면 그동안 언론이나 방송에 출연을 해서 당 지도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얘기했다든지 이런 부분들을 말씀하시는 거냐”고 묻자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말 그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가결 투표는 탄핵이나 마찬가지다라든지 아니면 사실상의 분당을 해야 된다라든가 이런 당 전체에 대한 위험한 조금은 부적절한 발언이나 이런 것들, 그 다음에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종의 협잡 행위 이런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행위는 처리가 돼야 하지 않느냐는 당원들의 요청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것에 대해서 일정하게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유가 아니라며 장황한 설명을 달았지만 결과적으로 타깃은 가결파 5인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지난달 24일 가결파 의원 5인(이상민 ·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의 징계 청원을 당에 제출했다. 서 최고위원이 말한 당원들의 요청이란 이 징계 청원을 말한다. 같은 의원들의 징계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근거만 바꾼 셈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헌법기관인 의원이 소신으로 한 투표 행위를 징계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강하다. 이 때문에 표결 행위 자체를 문제삼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른 징계 근거를 대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8일 정청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신상필벌, 당연하고도 일상적인 당무다. 이것이 선당후사”라고 말한 바 있다.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서 최고위원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대표가 징계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당 내부 징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 지역구의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과 고문, 상무위원회, 당직자 일동은 이날 강성 당원 A씨를 징계해달라는 청원을 당에 제출했다. A씨가 윤 의원 지역구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에 칼을 꽂고 본인 선대본부장 등에 칼을 꼽은 윤영찬은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중원구에서 즉각 떠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수십개 게시했단 점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친명계 당원으로 지난 13일 윤 의원에 대한 징계청원을 제출하는 데 참여했다. 윤 의원 측에서 징계에 징계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징계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당내 갈등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것과도 배치된다. 이 때문에 친명계 지도부가 징계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으로는 대비 효과가 꼽힌다. 이 대표는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다. 이 대표는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 혹은 자신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비명계 의원들의 징계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이 대표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면 최고위원들과 대비돼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친명계 당원들이나 의원들 내부에 분노가 있지 않느냐. 그 분노를 대변해 주는 말을 친명계 의원들이 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통합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 낫다”며 “모든 최고위원들이 전부 ‘통합하자’, ‘통합하자’라고 하면 당 대표의 통합의 의지가 부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중진 의원은 이어 “계파 갈등을 가지고 의원을 징계할 수는 없다. 사실상의 징계는 공천(배제)이 되는 것”이라며 “정치에서는 ‘끌어들여서 죽인다’는 말이 있다. 공천 때까지 끌고 가서 배제하는 게 맞지, 그 전에 징계를 하는 건 탈당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는 복귀 후에도 통합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친명계 의원들로선 지지층들을 생각해서 징계론을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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