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7년간 21% 그쳐…대기업 출연금 천차만별

오종택 기자 2023. 10. 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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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목표액 중 2147억 조성…실제지원금은 1615억원
롯데 92억 최고, LG·삼성 53억…CJ 2억, KT·카카오 0원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농식품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농어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7년간 조성액이 목표액의 20%를 겨우 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많게는 100억원 가까이 기금을 출연한 기업이 있는 반면, 한 푼도 내지 않은 곳도 있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FTA 체결 이후 농식품 수입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4년 21억38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축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109억9600만 달러로 5.1배, 과일·채소 수입액은 10억100만 달러에서 34억4200만 달러로 3.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산물 수출액은 4억1800만 달러에서 6억200만 달러로 1.4배, 과일·채소 수출액은 3억6700만 달러에서 8억7700만 달러로 2.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FTA 이행에 따라 농어촌·농어업인 피해가 현실화하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를 재원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조성된 금액은 2147억원으로, 전체 목표액의 21.5%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이 1348억2000만원으로 60%(62.8%) 넘게 차지했다. 민간기업은 792억2700만원으로 36.9% 규모였다.

농어촌상생기금 민간기업 출연금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15대 대기업집단의 출연 규모는 363억4100만원으로 전체 기금의 16.9%, 민간기업 출연금의 절반을 차지했다.

15대 대기업 중 실제 기금을 출연한 기업은 12곳이며, 이마저도 일부 기업에 쏠림이 심하게 나타났다. 롯데가 92억1600만원으로 가장 많이 출연했고, LG(53억6000만원), 삼성(53억400만원), 현대자동차(48억1600만원), SK(32억3900만원), 신세계(29억4000만원), 포스코(18억2000만원), 농협(14억9600만원) 등이 10억원 이상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

반대로 국내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CJ는 2억원에 불과했고, 한화(5억3100만원)와 GS(5억원), 현대중공업(9억1900만원) 등은 10억원 미만에 그쳤다. KT, 한진, 카카오는 농어촌상생기금을 단 한 푼도 출연하지 않았다.

농어촌상생기금의 자발적 기금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하면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매년 기금조성액이 목표액에 비해 훨씬 저조했음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조성된 기금 2147억원 중 실제 지원금은 1615억원에 그쳤다. 농어촌상생기금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은 본부기획사업, 자율추진사업, 공모사업 중 희망하는 사업을 선택해 추진할 수 있다.

'본부기획사업'은 출연기업이 용도 및 사업을 지정하지 않고 기금운영본부가 사업의 기획·운영을 주관하는 사업이다. '자율추진사업'은 출연기업이 출연한 지정 기금을 재원으로 용도 및 사업을 지정하여 진행하는 사업이고, '공모사업'은 농어업인 단체, 사회복지기관, 지자체 등이 사업을 제안하고 출연기업이 이를 선택해 진행한다.

이 가운데 공모사업은 농어촌상생기금이 생긴 이후 7년간 단 한 번도 추진되지 않았다. 농어업인 단체들이 주도해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수요를 반영하고, 농·어민들이 기획·운영하는 사업은 전무했다.

윤미향 의원은 "현재 농어촌상생기금 사업은 톱-다운 방식으로, 기금조성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민간기업들의 기금 출연을 독려하고, 농·어업인들이 직접 수요에 따라 제안하는 공모사업을 늘리는 등 농·어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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