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식 공연 신기원 여는 명창김정민 ‘강연에 솔깃, 노래에 들썩…공연에 갈채’[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3. 10. 20. 15:05
국내 이어 이탈리아·프랑스도 판소리에 열광
판소리 20여 회 이어 새로운 공연 시도
음악 근·현대사, 한편 음악 다큐멘터리
박현빈 등도 무대 올라, 흥겨움 배가
음악 다큐멘터리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을 관통하고 시대를 통찰한다. 흥의 민족이 분명하다. 가슴 미어지는 슬픈 현실에도 노래해온 사람들이다. 웃을 일엔 어깨춤이 더 해졌다.
해설자는 판소리 명창 김정민이다. 여릿한 그녀는 입담에도 분명 소질이 있다. 그런데 감초인지 알맹이인지 강연 내내 끼어들어 때론 옥구슬 소리로, 때론 통한의 배냇소리로 심금을 울린다. 그 실연자도 김정민이다. 어깨춤 들썩이며 따라부를 유행가도 천의 목소리로 이끌어가는 이는 바로 그녀다. 어찌 보면 김정민 주크박스뮤지컬로 출연자가 혼자이기에 주크박스 모노 뮤지컬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판소리 아니던가.
“어릴 적 살던 서대문 골목길엔 어르신들의 리퀘스트 공연이 벌어질 때가 많았다. 노래 곧잘 하는 꼬마 정민이 어르신 앞을 지나갈 때면, 먹을 것 하나 쥐여주고 노래시키는 재미에 골목길엔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 그녀가 무대에 올라 또 다른 웃음꽃을 만든다. 판소리 명창 김정민이 강연식 콘서트를 벌인다. 공연은 오는 21일 오후 6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홀 대공연장에서 ‘명창 김정민의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 콘서트로 진행된다.
앞서 김정민 명창은 지난 7월 4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강연식 국악 콘서트를 개최해 고품격 국악 공연을 선보여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엔 공연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후니와용이도 무대에 선다. 이 공연은 마치 액자소설처럼 방송 다큐멘터리로도 담긴다. 최근 그녀의 공연은 외국 다큐멘터리 작가에 의해 영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한국 근대 음악사를 훑는 이번 공연은 그간 봐왔던 판소리 공연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간 숙제처럼 판소리 완창 공연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 3~5시간 이어지는 공연은 체력전이다. 이를 위해 아침 조깅, 줄넘기, 윗몸 일으키기를 여전사라도 되기라도 하려는 듯 매일 이어왔다.
명창 김정민은 흥보가를 완창하기 위해 흥보·놀보 등 15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창본집 기준 65페이지 분량의 가사를 3시간에 걸쳐 프롬프터 없이 불러댄다. 글자 수로 따지면 3만2764자에 이르지만, 그것이 가락 위에 얹어지면 한 분절음이 5~6개로 미분 되는 경우도 있어, 그 자수는 엿가락처럼 늘어나게 마련이다. 글자 수 기준으로 보면 명창 김정민은 1초당 약 3분절음을 속사포로 쏟아내야 한다. 판소리 완창이 체력전인 이유다.
구한말 판소리는 소리꾼들이 청중이 좋아하는 특정 대목을 10~20분 내외로 선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토막소리로만 존재하던 판소리의 첫 완창(完唱) 공연은 1968년 9월 30일 박동진이 서울 남산 국립국악고등학교 강당에서 다섯 시간 반에 걸쳐 흥보가(興甫歌)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것을 효시로 본다.
명창들의 몸에 나이가 자리하고 목소리에 세월이 머물며, 단독 완창 무대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페이드아웃되는 듯했다. 명창 김정민은 그것을 부여잡고 흥보가와 적벽가를 한국·이탈리아·프랑스에서 20여 차례 이어온 셈이다.
“아야~ 너는 어찌 목소리를 그렇게 내냐. 심청가·춘향가를 부르다가, 흥보가의 남성 소리로 그렇게 단번에 바꿀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 신통도 하다.”
명창 김정민의 스승인 명창 박송희 선생이 그녀의 소리를 듣고 남긴 말이다. 박록주제 흥보가는 박송희 선생에 이어 김정민으로 이어졌다.
사실 명창 김정민의 변신은 무죄다. 오롯이 국악의 한길을 걸어왔지만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았다. 가야금 병창에 이어 경기민요를 불렀지만, 판소리로 변신해 서편제를 거쳐 동편제에 이른다.
지역적 부심이 큰 판소리 계보 탓에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지만 어느 때는 목포로, 어느 때는 남원이라고 거짓말을 해야 하기도 했다.
“고향이 강원도면 노래를 부를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들 분위기에 맞춰 고향을 남원이라고도 목포라고 했는데, 두 지역 분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들통이 나고 말았다.”
당시 등골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돌아보면 그럴 정도로 판소리를 하고 싶었던 거다. 이제 명창 김정민에게는 대중화에 눈을 떴다. 이번에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펼치는 이유다.
“K팝이 세상을 호령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해외 공연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판소리 공연에도 외국인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추임새도 따라 하는 그들과, 여전히 응원해 주지만 2% 부족한 우리의 무대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부족한 부분은 나 스스로 채우고 더 많은 우리 관객이 우리 소리의 매력을 알게 하고 싶다.”
김정민의 새로운 도전이 ‘앗싸’ 판소리가 ‘인싸’ 판소리로 터닝포인트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명창 김정민이 이번 공연을 통해 작심하고 ‘K-판소리 몰러 나간다. K팝 후리러 나간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판소리 20여 회 이어 새로운 공연 시도
음악 근·현대사, 한편 음악 다큐멘터리
박현빈 등도 무대 올라, 흥겨움 배가
음악 다큐멘터리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을 관통하고 시대를 통찰한다. 흥의 민족이 분명하다. 가슴 미어지는 슬픈 현실에도 노래해온 사람들이다. 웃을 일엔 어깨춤이 더 해졌다.
새로운 컨셉의 국악 공연 나서는 명창 김정민
해설자는 판소리 명창 김정민이다. 여릿한 그녀는 입담에도 분명 소질이 있다. 그런데 감초인지 알맹이인지 강연 내내 끼어들어 때론 옥구슬 소리로, 때론 통한의 배냇소리로 심금을 울린다. 그 실연자도 김정민이다. 어깨춤 들썩이며 따라부를 유행가도 천의 목소리로 이끌어가는 이는 바로 그녀다. 어찌 보면 김정민 주크박스뮤지컬로 출연자가 혼자이기에 주크박스 모노 뮤지컬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판소리 아니던가.
“어릴 적 살던 서대문 골목길엔 어르신들의 리퀘스트 공연이 벌어질 때가 많았다. 노래 곧잘 하는 꼬마 정민이 어르신 앞을 지나갈 때면, 먹을 것 하나 쥐여주고 노래시키는 재미에 골목길엔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 그녀가 무대에 올라 또 다른 웃음꽃을 만든다. 판소리 명창 김정민이 강연식 콘서트를 벌인다. 공연은 오는 21일 오후 6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홀 대공연장에서 ‘명창 김정민의 판소리 완창 10주년’ 기념 강연식 국악 콘서트로 진행된다.
앞서 김정민 명창은 지난 7월 4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강연식 국악 콘서트를 개최해 고품격 국악 공연을 선보여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공연엔 공연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후니와용이도 무대에 선다. 이 공연은 마치 액자소설처럼 방송 다큐멘터리로도 담긴다. 최근 그녀의 공연은 외국 다큐멘터리 작가에 의해 영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판소리, 그냥 노래가 아닌 ‘종합 예술인’ 이유
한국 근대 음악사를 훑는 이번 공연은 그간 봐왔던 판소리 공연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간 숙제처럼 판소리 완창 공연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 3~5시간 이어지는 공연은 체력전이다. 이를 위해 아침 조깅, 줄넘기, 윗몸 일으키기를 여전사라도 되기라도 하려는 듯 매일 이어왔다.
명창 김정민은 흥보가를 완창하기 위해 흥보·놀보 등 15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창본집 기준 65페이지 분량의 가사를 3시간에 걸쳐 프롬프터 없이 불러댄다. 글자 수로 따지면 3만2764자에 이르지만, 그것이 가락 위에 얹어지면 한 분절음이 5~6개로 미분 되는 경우도 있어, 그 자수는 엿가락처럼 늘어나게 마련이다. 글자 수 기준으로 보면 명창 김정민은 1초당 약 3분절음을 속사포로 쏟아내야 한다. 판소리 완창이 체력전인 이유다.
구한말 판소리는 소리꾼들이 청중이 좋아하는 특정 대목을 10~20분 내외로 선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토막소리로만 존재하던 판소리의 첫 완창(完唱) 공연은 1968년 9월 30일 박동진이 서울 남산 국립국악고등학교 강당에서 다섯 시간 반에 걸쳐 흥보가(興甫歌)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 것을 효시로 본다.
명창들의 몸에 나이가 자리하고 목소리에 세월이 머물며, 단독 완창 무대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페이드아웃되는 듯했다. 명창 김정민은 그것을 부여잡고 흥보가와 적벽가를 한국·이탈리아·프랑스에서 20여 차례 이어온 셈이다.
“아야~ 너는 어찌 목소리를 그렇게 내냐. 심청가·춘향가를 부르다가, 흥보가의 남성 소리로 그렇게 단번에 바꿀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 신통도 하다.”
명창 김정민의 스승인 명창 박송희 선생이 그녀의 소리를 듣고 남긴 말이다. 박록주제 흥보가는 박송희 선생에 이어 김정민으로 이어졌다.
‘앗싸’ 판소리, ‘인싸’ 변신의 터닝 포인트
사실 명창 김정민의 변신은 무죄다. 오롯이 국악의 한길을 걸어왔지만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았다. 가야금 병창에 이어 경기민요를 불렀지만, 판소리로 변신해 서편제를 거쳐 동편제에 이른다.
지역적 부심이 큰 판소리 계보 탓에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지만 어느 때는 목포로, 어느 때는 남원이라고 거짓말을 해야 하기도 했다.
“고향이 강원도면 노래를 부를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들 분위기에 맞춰 고향을 남원이라고도 목포라고 했는데, 두 지역 분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들통이 나고 말았다.”
당시 등골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돌아보면 그럴 정도로 판소리를 하고 싶었던 거다. 이제 명창 김정민에게는 대중화에 눈을 떴다. 이번에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펼치는 이유다.
“K팝이 세상을 호령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해외 공연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판소리 공연에도 외국인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추임새도 따라 하는 그들과, 여전히 응원해 주지만 2% 부족한 우리의 무대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부족한 부분은 나 스스로 채우고 더 많은 우리 관객이 우리 소리의 매력을 알게 하고 싶다.”
김정민의 새로운 도전이 ‘앗싸’ 판소리가 ‘인싸’ 판소리로 터닝포인트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명창 김정민이 이번 공연을 통해 작심하고 ‘K-판소리 몰러 나간다. K팝 후리러 나간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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