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이만큼 낮춰도 사지를 않네”…‘도미노 하락’에 울상이라는데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10. 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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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발언에 테슬라 9% 하락
美차량부품업체 GPC 는 13%↓
ON·NXP반도체도 매도세 집중
‘자동차 수요 둔화·파업·미-중 갈등’
차량용 반도체 연말 압박 부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게티이미지
 지난 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란에 들썩였던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이번에는 글로벌 수요 둔화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차량용 부품·반도체 기업 성장세에 대해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실적 설명회에서 “경제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새 차를 사려하지 않는다”면서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제 폭풍 영향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는 공산당 지도부가 미국과의 기술 갈등에 대비해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GPC 19일 주가 흐름
테슬라(티커 TSLA) 주가가 하루만에 9.30% 급락한 19일 뉴욕증시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 지뉴인 파츠(GPC) 주가가 12.51% 급락해 130.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뉴인 파츠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포함 기업으로 미국 내 자동차 부품 대장주로 통한다. 이날 증시 개장 전 회사가 발표한 3분기(7~9월) 실적을 보면 매출은 58억2000만 달러로 연간 2.6% 늘었으며, 1주당 순이익(EPS)은 2.49달러를 기록해 연간 2.05% 늘었다. 경영진은 앞서 제시한 올해 한 해 EPS 목표치 하단을 높였다. 기존에 제시한 수준은 9.15~9.30달러였지만 이번 실적에서 제시한 목표치는 9.20~9.30달러다.

겉으로는 양호한 듯한 실적을 냈음에도 이날 지뉴인 파츠 주가가 S&P 500 포함 기업 중 최악의 낙폭을 기록한 배경은 매출이 월가 기대치를 밑돈 데다, 매출 증가세가 자동차 부품 등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 아닌 사업 인수·외환 시장 환율 변동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이다. 팩트셋 집계 기준 시장 전문가들이 기대한 매출은 59억3000만 달러로 실제 매출은 이를 밑돌았다. 실질적인 사업 성장세를 보여주는 동일 매장 매출액은 연간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뉴인 파츠의 윌 슈텐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설명회에서 “미국 판매일이 작년보다 하루 적었다”면서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어드밴스 오토 파츠(AAP) 주가도 4%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는 자동차 부품과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업체다.

NXP 반도체 최근 5거래일 주가 흐름
이밖에 차량용 반도체 기업으로 그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인기를 끌어온 온 반도체(ON)와 NXP반도체(NXPI) 역시 19일 뉴욕증시에서 각각 2.88%, 2.73% 하락해 반도체 주요 기업을 담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1.34%)에 비해 낙폭이 두드러졌다. 머스크 CEO 가 “세계 경제 폭풍에서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는 식의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사이버트럭 생산량 조정을 시사한 것이 차량용 반도체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에 비해 반도체를 2배 더 많이 필요로 하며, 자율주행기술 차는 1대당 반도체 1300~1500 개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가에서는 두 기업의 3분기 실적은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보면서도 연말·내년 목표치 조정 여부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자동차 수요 둔화 외에도 공급 측면에서 지난 달부터 전미자동차노동조합이 제네럴모터스(GM) 등 주요 자동차 제조기업 공장에서 동시 파업에 들어가는 등 불확실성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난 17일 GM은 미시건 주 공장 전기 트럭 생산을 내년 말까지 연기한다고 발히기도 했다.

자동차 시장이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ON 반도체는 오는 30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회사의 해당 분기 EPS 가 직전 분기(1.32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1.34달러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XPI 반도체는 다음 달 7일 실적을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회사의 EPS 가 3.61달러로 직전 분기(3.43달러) 대비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차량용 반도체 역시 미·중 갈등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서 지난 달 말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선전에서 연 2023년 반도체 생태계 서밋을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이 생산력 뿐 아니라 자체 기술을 키워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자국산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은 중국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것을 의식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이와 관련해 S&P 글로벌의 마크 풀소프 모빌리티 담당 전무 이사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이미 올해 상반기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라면서 올해 남은 기간은 미·중 갈등 등 지정학 우려가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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