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격하던 양반들 입 꾹 닫게 만들 가장 확실한 선택('지구 위 블랙박스')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10. 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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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구 위 블랙박스> 는 드라마와 콘서트가 크로스 오버된 독특한 장르다.

<지구 위 블랙박스> 시청률은 첫 화 1.6%, 2화 1.0%로 내림세다.

설마 30년 채 안 남았는데? 그렇게 빨리 닥치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마침 <지구 위 블랙박스> 첫 화 시점이 2054년이다.

그러나 <지구 위 블랙박스> 에서는 기록자들이 아름다운, 기후위기에 대한 자각을 담은 영상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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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뭐든 했어야지”...모처럼 존재 이유 뽐낸 KBS의 고품격 다큐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KBS <지구 위 블랙박스>는 드라마와 콘서트가 크로스 오버된 독특한 장르다. '환경 다큐멘터리라더니 드라마였어?' 할 수도 있다. 1화 첫 장면에서 배우 김신록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대는 AI이고 목소리는 배우 고경표다. 때는 2054년, 지구는 이미 생존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한 마디로 망했다. 따라서 살아남은 일부 지구인들은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만 남겨두고 우주 어딘가를 떠도는 방공호로 피난을 간 상태.

김신록이 맡은 기록자 '윤'이 블랙박스에 보관되어 있는 2023년의 공연 기록을 꺼내본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남극에서, 해안이 점점 줄어드는 동해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정훈과 윤도현을 보며 '윤'이 묻는다. "음악으로 감정에 호소한다? 통했어?" AI '러스'는 "그 효과에 대한 기록은 없네. 윤이 보고 판단하는 건 어때?"라고 답한다. <지구 위 블랙박스> 시청률은 첫 화 1.6%, 2화 1.0%로 내림세다.

2화의 기록자, 배우 박병은이 맡은 2080년의 '한스'는 분노와 회의감이 가득한 인물이다. "고통이 평등하게 오는 줄 알아? 가진 거 없고 힘이 없으면 더 많은 걸 잃어."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얼마나 쉽게 외면하는 줄 알아? 자기 행복을 위해 얼마나 이기적으로 구는지 아느냐고. 단지 상황이 내가 피해자냐 아니냐로 갈리는 거지." 이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밖에.

여러 전문가들이 지구위험 한계를 2050년이라고 예측했다. 설마 30년 채 안 남았는데? 그렇게 빨리 닥치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마침 <지구 위 블랙박스> 첫 화 시점이 2054년이다. 지구 멸망을 눈앞에 둔 미래인들이 과거 폭식 먹방 영상들을 꺼내보며 지구를 망친 주범들이라고 원망을 하지 않을까? 기후 위기의 주범이 바로 과잉 생산, 과잉 소비, 과잉 폐기가 아닌가. 그러나 <지구 위 블랙박스>에서는 기록자들이 아름다운, 기후위기에 대한 자각을 담은 영상만 본다. 의식 있는 사람들만 등장한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나 혼자 산다>의 육식 먹방이 등장하면 좋았을 텐데.

2화에는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립제이와 가수 김윤아가 스페인을 찾아가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방송에서 환경을 주제로 춤과 노래의 콜라보를 보는 건 처음이지 싶다. 바닥을 드러낸 거대한 시하라 저수지가 섬뜩하기까지 했다. 한스가 말한다. "당장 뭐든 했어야지. 그런데 그냥 싫었던 거야. 눈앞에서 거대한 호수가 말라가는데 그냥 싫었던 거지." 옳은 말이다. 우리 아무 것도 안 하지 않나.

그리고 산불로 폐허가 된 사모라 지역. 대한민국과 스페인이 비슷한 위도인지라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간 산불 피해가 심했다. 그런데 대규모 산불 앞에서 강 건너 불구경인 분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 공직자들, 재난 상황 중에도 골프 치러 가고 회식하고, 외유에 나서기까지. 골프 못 쳐서 술 못 마셔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러붙었는지. 교과서 모양으로 각 기관, 특히 국회의원 회관에서 하루 온종일 이 영상을 틀었으면 좋겠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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