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병, 첫승에 목말랐던 한국바둑에 물꼬 텄다
최규병(60) 9단이 첫 승에 목말랐던 한국 진영에 소중한 승전보를 전했다. 20일 베이징 주중 한국문화원서 벌어진 제1회 백산수배 세계바둑 시니어최강전 4국에서 한국팀 2번 주자 최규병이 일본 2번 주자 히코사카 나오토(61) 9단을 꺾었다. 274수 끝 흑 12집 반 승.
최규병 특유의 뚝심이 잘 발휘된 일국이었다. 중반전까지 비세로 몰렸던 바둑을 힘으로 뒤집었다. 우상 일대 거대한 백 대마를 공격해 패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 대가로 중앙 백 요석을 삼키면서 약점까지 해소해 역전시켰다. 김만수 k바둑 해설자는 “한국과 일본의 바둑 특성이 잘 드러난 한 판”이라고 평했다.
종국 후 최9단은 “이겨서 기쁘다. 일본 바둑 특유의 단단함에 예상대로 고전했는데 상대가 방심했던 것 같다.준비를 잘 해 연승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최 9단은 히코사카에게 24년 전 당했던 한 차례 패배도 설욕했다. 두 기사는 1999년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당시 명칭) 본선 1회전서 한 차례 격돌, 히코사카가 승리한 바 있다.
최규병은 고 조남철 9단을 외종조부, 조치훈 9단을 외삼촌으로 둔 바둑 명가 출신이다. 맥심배, 대주배서 우승했고 2001년 제3회 농심배 한국 대표로 출전했었다. 이번 대회에선 국내 예선전을 4연승으로 통과해 태극 마크를 달았다. 1998년 제11회 후지쓰배서 조훈현을 제치고 세계 4강에 올랐던 히코사카는 전날 중국 류사오광에 거둔 1승을 끝으로 하차했다.
최규병의 승리로 한국은 선봉장 서봉수(70)의 조기 탈락 충격을 딛고 조훈현(70), 유창혁(57) 포함 3명이 생존했다. 최종 라운드는 내년 2월 19~23일 사이 중국 상하이에서 최규병 대 중국 2번 주자 차오다위안의 대결로 속행된다. 둘 간 통산전적은 최규병이 2승으로 앞서있다. 중국과 일본의 잔류 병력은 각각 3명, 2명이다.
백산수배는 올해 창설된 국가대항 연승전이다. 한 중 일 3국서 54세 이상 시니어 기사 각 4명씩 출전, 넉다운제 3각 토너먼트를 펼쳐 최후 생존자를 보유한 국가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우승국에만 단체 상금(1억 8000만원)이 지급된다.
함께 진행한 제25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원)도 일단 이날로 종료, 내달 30일부터 부산서 열릴 2라운드로 이어진다. 한국 팀은 농심배서 1·2번 주자 설현준과 변상일이 모두 패하면서 신진서 박정환 원성진 3명만 대기 중이다. 최규병의 승점은 이번 베이징 한국 원정단이 3연패 후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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