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공동행동 강화"에 촉각… 정부 "불법적 협력엔 단호히 대응"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와 북한이 19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지역 정세와 관련해 '공동 행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러북 간 '공동 행동'의 구체적 의미 등 이번 회담 내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틀간 북한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리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정세를 비롯한 여러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서 '공동 행동'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북한은 물론 러시아 외교부 또한 러북 간 '공동 행동'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것으로 관측되는 군사협력 등에 관한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에 대체적인 평가다.
그간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에 따라 부족해진 재래식 무기·탄약 등을 공급받기 위해 북한과도 접촉해왔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보 당국 또한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올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북한 '전승절' 계기 방북과 9월 러시에서 열린 러북정상회담을 전후로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을 오가거나 러북 접경지 열차역에 다수의 화물열차가 집결해 있는 모습 등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되면서 무기거래를 포함한 러북 간 군사협력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과 러시아 간의 실질적 군사협력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번 외교장관회담은 여기에 상징성을 부여하되, 다차원·다방면으로 협력을 최대치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정상회담에 임할 때까지만 해도 "러북 양측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만날 순 있어도 그 지속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러시아 측이 북한의 무기 공급에 따른 '반대급부'로 첨단 군사기술 등을 실제로 이전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박 교수는 "현재 라브로프 장관 방북에 이어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등의 '완성'에 필요한 핵심기술 또는 자재를 러시아로부터 넘겨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김 총비서와의 회담 과정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교수는 "우리 입장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나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게 가장 큰 실존적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도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러북 간 협상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규범을 위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무기거래·군사기술 전수 등 불법적 협력에 대해선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단호히 대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행위 또한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는 사항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안보리 결의 이행의 1차적 책임을 갖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다.
이에 우리나라와 미일 등 주요국은 러북 간 무기거래가 사실로 최종 확인될 경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뿐만 아니라 독자제재 발동 등 다양한 대응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러북 간의 이 같은 군사협력 동향이 중국을 포함한 이른바 '북중러 연대'로 확대될지에 대해선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박 교수 또한 앞서 18일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 결과 발표에서 한반도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는 중국이 북중러 3자 간 구도를 흔들진 않겠지만, 당장 3자가 하나로 묶이는 걸 원치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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