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의 쇼, 끝은 없는 거야!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 10. 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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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엄정화(왼쪽 위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병헌 이효리 이정재, 사진=사람엔터테인트, BH엔터테인먼트, tvN, 아티스트컴퍼니

나이는 못 속인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변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듯 인간도 변한다. 특히 연예계는 더 빨리 변한다. 대중이 쉽게 싫증을 느끼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탓이다.

하지만 요즘 연예계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30년 전 스타였던 이들이 지금도 스타다. 어느덧 40대 중후반에서 50대에 접어들었는데 인기가 요지부동이다. 좋은 시대를 만난 것일까? 남다른 비결이 있는 것일까?

가수 이효리는 최근 신곡 '후디에 반바지'를 발표했다. 싹쓰리와 같은 프로젝트 그룹을 제외하고 '이효리'라는 이름으로 6년 만에 낸 앨범이다. 그의 나이 어느덧 44세. 1990년대 중후반 데뷔해 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슈퍼스타'다. 얼마 전에는 상업 CF 시장 복귀를 선언했다. 대한민국에서 "나 다시 CF 찍고 싶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밝힐 수 있는 스타가 몇이나 될까? 광고주들은 즉각적으로 답했다. 저마다 '이효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효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로 활동한 엄정화도 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몇 번째 전성기인지 세기 힘들 정도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큰 성공을 거두며 50대 중반에 '핫'한 배우로 다시금 부상했다. 환불원정대의 인기를 기반으로 예능 '댄스 가수 유랑단' 활동까지 했으니, '엄정화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시쳇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MBC 드라마 '연인'의 남궁민을 비롯해 데뷔 30주년을 맞아 얼마 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6회 공연, 6만 석을 매진시킨 가수 김동률 등 40∼50대 스타들의 위세는 대단하다. 

이들이 대중문화 시장 관점에서 축복받은 세대 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다. 그들이 10∼20대를 보낸 1990년대는 대중문화 시장의 황금기가 할 만하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민주화 열기 속에 이념 대립은 줄어들었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문화 대통령'이 불리는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HOT, SES를 필두로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때마침 국경의 문턱이 낮아졌다. K-팝과 K-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4년 일본 NHK에서 방송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대표적이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는 각각 '욘사마', '지우히메'라 불리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고, 이어 '천국의 계단'의 권상우, '가을동화'의 송승헌, '올인'의 이병헌 등이 일본 시장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당시 이 배우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한류'는 그들에게 '주인공으로서' 향후 20년의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여전히 그들은 여러 작품을 두루 책임지며 한 세대를 건너 뛰어 지금의 20대 배우들과 어우러지고 있다. 

티켓 오픈하자마자 전석매진된 국민그룹 god 콘서트 포스터,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X세대 스타들에게 열정적인 X세대 팬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들은 단단한 지지 기반이 돼줬다. 1990년대 서태지와 HOT에 열광하던 이들은 어느덧 4050세대로 접어들었다. 10대 아이를 둔 부모인 동시에 가장 활발한 소비계층이다. 

1990년대의 4050은 전후 세대이자 새마을 운동 세대다. 아껴 쓰고 저축하며 한국을 일군 산업 역군들이다. '노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는 다르다. 삶이 풍요롭고 윤택해지며 쏟아지는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자녀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는 것이 요즘 4050이다.

게다가 이런 즐거움을 기억하고 있는 현재의 4050은 지금도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몇 해전 재결합했던 HOT의 서울 고척돔 콘서트가 매진을 기록하고, 현재 진행형인 그룹 god의 콘서트에 연일 중년 관객들이 들어차는 이유다. 필자가 직접 간 김동률의 공연장에도 나이 지긋한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동률 역시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한 '오빠'였다.

게다가 X세대 스타들은 또 다른 기회를 맞게 된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의 개막이다.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넷플릭스는 '라이징 스타'보다는 오랜 기간 넓고 단단하게 인지도를 쌓고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춘 '스테디(steady) 스타'를 원했다. 그렇게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등이 재차 글로벌 팬덤을 쌓았다. 고현정, 김희애 등이 넷플릭스 '마스크걸'과 '퀸메이커'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외에도 디즈니+ '무빙'의 류승룡, 애플TV+ '닥터 브레인'의 이선균 등 한국의 중장년 스타들을 선호하는 글로벌 OTT 시장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X세대라 불렸던 문화 황금기를 보낸 스타와 팬들은 지금도 문화의 중심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이 한국에 국한됐다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그들의 무대다. 문화 관점에서 축복받은 세대가 누리고 있는 호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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