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책과 책 사이]
하마스의 무도한 선제공격과 이스라엘의 잔인한 반격에서 떠오른 건 <폭격>(김태우, 창비)에 인용된 에드거 스노의 말이다. “공습은 급강하 폭격기를 피하려고 지하실에 처박히고 들판에 얼굴을 파묻어 본 적이 없거나, 혹은 자기 아들의 떨어진 머리를 찾고 있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거나, 불에 타버린 학생들의 고약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누구도 진실로 이해할 수 없는 완전한 개인적인 증오를 일으킨다.”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307262111161
가짜뉴스와 허위 선전 속에서 진실의 가닥을 잡긴 쉽지 않지만, 분명한 건 주고받는 미사일 공격 와중에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간다는 점이다. 폭격은 민간인 목숨 따윈 안중에 없는 호전적인 이들만 겨냥하지 않는다.
최근 개정판이 나온 <케테 콜비츠 슬픔을 구출하는 예술>(카테리네 크라머 지음·이순예 옮김, 이온서가)에서 전쟁과 죽음에서 비롯된 비명과 아우성을 확인한다.
https://m.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012220600015
아들 페터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콜비츠(1867~1945)는 아들을 전쟁터에 떠나보낸 시기 적은 일기에 “다시 한번 이 어린 것의 탯줄을 잘라내는 심정이다. 살라고 낳았는데 이제 죽으러 가는구나”라고 적었다. 페터는 1914년 전사했는데, 콜비츠는 이 죽음을 증오와 복수로 연결하지 않았다.
1922~23년엔 대표작 ‘전쟁’ 연작을 내놓는다. “우리 모두가 겪은 이 참담한 과거”를 담은 목판화다. 1924년엔 ‘전쟁은 이제 그만!’ 포스터를 제작한다. 죽기 3년 전 1942년 발표한 석판화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는 유언과도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늙은 여인이 자신의 외투 속에 소년들을 감싸 안은 모습”을 담았다. 콜비츠는 이 석판화 작업에 착수했던 1941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이 요구는 ‘전쟁은 이제 그만!’에서처럼 막연한 소원이 아니라 명령이다. 요구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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