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대감의 UFC294,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봐야 하는 이유 [찐팬의 UFC TALK]

이희진 2023. 10. 2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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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오는 22일(일요일) 새벽 3시, UFC294 메인카드 경기가 시작된다. 새벽 5시 전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날의 메인이벤트는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와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의 라이트급 타이틀전.
둘은 이미 지난 2월 UFC284에서 맞붙어 승패가 결정된 적 있음에도 이번 경기를 앞둔 팬들과 선수들의 기대감은 엄청나다. 볼카노프스키가 지긴 했지만 볼카노프스키 승리로 본 팬이 적지 않았고 볼카노프스키가 경기 내내 라이트급 최고의 레슬러인 마카체프 레슬링을 잘 방어해냈기 때문이다. 5라운드엔 볼카노프스키가 마카체프를 다운시킨 뒤 파운딩을 내리꽂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스포츠에선 졌지만 싸움에선 볼카노프스키가 이겼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질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가 5라운드에 레슬링 최강자를 눕히고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전 세계 격투기 팬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젠 이 둘의 엉킨 매듭을 제대로 풀 차례다. 마카체프 입장에선 논란의 여지없는 승리로 본인이 전 세계 최고의 파이터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고, 볼카노프스키 입장에선 2체급 챔피언이라는 위엄을 달성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긴 상대에게 복수할 절호의 찬스다.

둘 간의 2차전 관전 포인트 중 핵심은 역시 레슬링이다. 1차전에서 볼카노프스키가 레슬링을 잘 방어하며 자신감을 키운 만큼 2차전에서 마카체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마카체프는 레슬링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볼카노프스키를 눌러놓으려고 할 테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왼쪽).
볼카노프스키의 발차기 공격도 잘 살펴봐야 한다. 볼카노프스키는 인사이드 레그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특기지만 1차전에선 마카체프의 레슬링을 의식해 킥을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마카체프가 왼발을 앞에 두는 ‘사우스포’ 스탠스인 점도 이에 한몫했다. 볼카노프스키가 마카체프에 적합한 본인만의 킥게임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마카체프 입장에선 어퍼컷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볼카노프스키는 상대에게 전진하며 주먹을 날린 뒤 고개를 아래로 숙이는 습관이 있다. 어퍼컷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마카체프가 1차전에서도 어퍼컷을 여러 차례 섞어준 만큼 스탠딩에서 어떤 공격 무기를 들고 나올지 지켜볼만 하다.

볼카노프스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12년 동안 정상을 향해 등반했기에 이번 경기에 준비됐다”며 “지금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운명이다. 나야말로 마카체프를 쓰러뜨릴 적임자”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카체프 역시 “볼카노프스키는 이번 경기로 잃을 것이 없다”며 “이번엔 그를 피니시시켜 확실한 승리를 따낼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코메인이벤트도 놓칠 수 없다. UFC 역사상 처음으로 3체급 챔피언을 노린다고 공언한 함자트 치마예프(29·아랍에미리트)와 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36·나이지리아)이 미들급에서 맞붙는다.
함자트 치마예프. AP연합뉴스
치마예프는 UFC에서 가장 촉망받는 선수다. UFC 데뷔 후 역사상 그 어떤 선수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상대 선수를 이겨왔고, 가장 최근엔 웰터급 랭커 검증 매치였던 길버트 번즈와의 대결에서 특유의 힘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3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에서 전 웰터급 챔피언이자 레슬러 출신인 우스만을 압도한다면 미들급 타이틀전으로 직행할 전망이다.

치마예프는 강력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깔아 눕힌 뒤 파운딩이나 서브미션으로 상대를 끝내는 데 능하다. 만약 치마예프가 우스만을 뽑아 그라운드로 데려간다면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치마예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스만은 레슬러 출신으로 테이크다운 시키기 가장 어려운 웰터급 파이터다. 치마예프가 우스만을 뽑을 수 있을지가 이 경기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타격. 이 경기는 레슬러와 레슬러의 싸움으로, 보통 레슬러끼리 싸우는 경기는 타격전 양상으로 흐른다. 레슬링 공격을 방어하는 것보다 레슬링 공격을 거는 것이 체력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에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아서다. 하지만 치마예프는 레슬링을 적극적으로 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치마예프의 첫 번째 계획인 레슬링이 통하지 않았을 때 이 둘의 타격전은 어떤 양상일지도 흥미롭다.
카마루 우스만. AP연합뉴스
타격싸움으로 간다면 우스만이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우스만은 트레버 휘트만 코치를 만난 뒤 깔끔한 잽을 구사하며 타격에 물이 올랐다. 웰터급에서 우스만의 가벼운 잽에 길버트 번즈, 콜비 코빙턴 등 여러 선수가 쓰러졌다. 간결한 잽 이후 나오는 뒷손에 호르헤 마스비달이 기절한 장면 역시 많은 팬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부다비에서 열려 한국 팬들이 이 경기를 보려면 일요일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이번 UFC294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함자트 치마예프가 진정한 컨텐더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리고 마카체프와 볼카노프스키의 대결에서 웃는 사람은 누가 될지 궁금하다면 새벽에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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