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스코어에 대한 집착

방민준 2023. 10. 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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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라면 누구나 보다 나은 스코어를 추구한다.

그러나 스코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골프 자체의 묘미마저 빼앗아가 버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스코어와 전혀 관계없이 골프를 즐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나이 40이 넘어서야 골프채를 잡은 그는 플레이 중 스코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스코어 자체를 기입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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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은 2023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의 손블레이드 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 BMW 채리티 프로암에서 '꿈의 59타'를 작성한 마이클 피글스(미국)가 스코어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라면 누구나 보다 나은 스코어를 추구한다. 그러나 스코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골프 자체의 묘미마저 빼앗아가 버린다.



 



골퍼는 필드에 나갈 때마다 신기록을 기대하지만 이 기대가 실현될 확률은 극히 낮다. 나이 40대 이전이면 1년에 한두 번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지만 40대가 넘으면 기록 갱신은 고사하고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



 



베스트 스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가 만들어질 때의 상황을 머리에 떠올려 보면 좋은 기록이 나오는 공통적인 조건을 알아낼 수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얼떨결에, 무심결에 만들어진다. 잘 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하고 나니 신기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반한 고수한테 한 수 배우자는 자세로 임했는데 결과는 신기록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기록을 깨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필드에 나가서 베스트 스코어를 달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기록 갱신을 기대하고 나간 라운드에선 어김없이 형편없는 스코어를 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많은 골퍼들이 라운드마다 신기록 달성에 매달린다. 첫 홀에서의 '올 파'를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티 샷을 실수하곤 스스로 멀리건을 자청하는가 하면, 캐디에게 "트리플 보기 이상은 적지 말라"고 당부하고, 심지어 OB 난 볼을 OB가 아니라고 우기고 러프에서의 타수를 줄여서 신고하면서까지 신기록 달성에 연연해 할 정도다.



 



베스트 스코어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기록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욕망 없이 겸허한 자세로 골프에 열중했을 때 그 결과로서 남는 것일 뿐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진 사라젠(Gene Sarazen)은 스코어에 집착하는 사람을 이렇게 꼬집었다.



"많은 골프 초심자들은 골프 스윙의 기본을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스코어부터 생각한다. 이는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뛰어가려고 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것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스코어와 전혀 관계없이 골프를 즐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나이 40이 넘어서야 골프채를 잡은 그는 플레이 중 스코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스코어 자체를 기입하지도 않았다.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쾌적한 곳에 와서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막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유쾌하지 않은 숫자를 떠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코어카드는 골프의 적일 수밖에 없다. 스코어를 잊어버리고 플레이한다면 골프라는 게임이 보다 즐거워질 것이다."



 



그는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의 비겁한 플레이라고 비난했다.



"골프에서 가장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것은 드라이브 샷도 퍼팅도 아니다. 동반자의 비겁하고 성의 없는 플레이를 보는 것, 그런 동반자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동반자의 저급한 플레이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일,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수도승이 수행을 위해 눈 속을 헤치며 가지만 발자취를 남기려고 눈 속을 헤매는 것은 아니다. 수도승에게 눈 위에 찍힌 발자취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사자가 사막을 달리지만 그것은 발자취를 남기려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거나 짝을 얻기 위함이다. 사자는 발자취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신기록의 꿈은 보다 나은 골프세계로 나가기 위한 훌륭한 채찍질이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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