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세’ 위기에 출렁인 금융시장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6.8포인트(1.9%) 빠진 2415.8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54억원, 2479억원 순매도하면서 장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도 24.85포인트(3.07%) 내려간 784.04에 마감했다.
코스피·코스닥 하락은 전날 뉴욕증시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중동 불안이 재점화하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뉴욕증시는 18일(현지시각) 다우산업지수가 0.98%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1.62%, S&P500지수는 1.34% 각각 하락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8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연 4.91%로 4.9%대에 올라섰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8원 오른 1357.4원에 마감, 1360원대를 목전에 뒀다.
중동 정세의 악화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3% 상승한 배럴당 88.22달러에 장을 마쳤고,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93달러까지 올랐다가 1.77% 오른 91.49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물가 및 성장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또 한 번 동결했다.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금통위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하마스 충돌 사태 등 영향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5%, 내년에는 2.4%로 예상했는데, 11월 전망에서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하마스 충돌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말에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 갈 것이라고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9월 중 물가 상승률이 3.7%까지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 초중반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을 전망 근거로 들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라는 정반대 방향의 압박이 작용하면서 다음번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관건이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현재 2%포인트(상단 기준)인 한국과 미국(기준금리 5.25∼5.50%)의 기준금리차도 벌어져 한은에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태를 오래 지속해 이에 따른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하마스 충돌 등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금리가 움직이질 못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금리 동결) 기대가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조정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JW중외제약이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자신이 제조·판매하는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98억원(잠정)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는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법인과 함께 신영섭 중외제약 대표이사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리바로 등 18개 의약품의 처방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전국 1400여개 병·의원에 대해 2만3000여회에 걸쳐 6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또 뉴트로진 등 44개 품목에 대해서는 100여개 병·의원을 상대로 500여회에 걸쳐 5억3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중외제약의 부당한 판촉활동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중외제약은 의약품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금액에 맞춰 돈을 지급하거나 병원 약제심사위원회 통과를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등 병·의원에 현금 22억원을 직접 지원했다. 종합병원 등은 정기적으로 약제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처방약제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면 의약품 처방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 제품 설명회 개최를 명목으로 의료인 모임을 지원하거나 식사 및 향응 제공을 위해 6억원 상당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4건의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의료인 및 동반자의 숙박, 식사, 향응 제공 등을 위해 18억원을 쓰기도 했다.
공정위는 또 중외제약이 2014년 5월부터 이달까지 병·의원 임상연구 21건에 7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처방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연구 지원은 금지된다. 이 밖에 의료인 유대 강화를 위해 6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가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18개 품목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불법 리베이트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불법적인 각종 판촉 수단을 영업활동 운영계획에 포함시켜 활용하는 내용의 판촉계획이 매년 수립됐고, 현금 및 식사 제공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회계 처리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중외제약 본사 컴플라이언스팀이 ‘모임 지원’을 ‘거래처 활동’으로 바꾸는 등 리베이트 관련 용어를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보이도록 위장했다고 덧붙였다.
중외제약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타사 사례들과 비교해 이번 조치는 형평을 잃은 것”이라며 “의결서를 송달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한 뒤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외제약은 본사 차원에서 18개 의약품의 판촉 계획이 수립된 점을 공정위가 강조하지만, 이는 계획 자체가 위법이 아니라 일부 임직원의 일탈이 확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중외제약은 “일부 임직원의 일탈 행위로 물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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