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AG서 금메달 목에 걸었던 김형준, NC 더 높은 곳에 위치시킬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형준이 소속팀 NC 다이노스를 더 높은 곳으로 안내할 수 있을까.
김형준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2선승제) 1차전에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NC의 지명을 받은 김형준은 올해까지 185경기 출전에 타율 0.229(332타수 76안타) 11홈런 35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및 올 시즌에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진행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사실 경기 전 NC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정규리그 최종일까지 3위를 두고 SSG랜더스와 치열하게 격돌했으나, 16~17일 광주 KIA 타이거즈 2연전에서 모두 무릎을 꿇으며 끝내 3위를 SSG에 내줬다.
여기에 올 시즌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올린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도 16일 광주 KIA전에서 고종욱의 타구에 팔을 맞은 여파로 이번 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직까지 단 한 번의 사례도 없었지만, 5위 팀이 4위 팀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업셋’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던 이유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NC에는 김형준이 있었다. 먼저 그는 안정적인 리드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선발투수로 나섰던 좌완 태너 털리(이닝 7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5실점)가 초반부터 흔들렸지만, 대량 실점을 막았고, 뒤이은 이재학(0.2이닝 무실점)-김영규(1이닝 무실점)-류진욱(2이닝 1실점 0자책점)-임정호(0이닝 무실점)-이용찬(1.1이닝 3실점) 등도 잘 이끌었다.
타선에서의 존재감은 더 컸다. 3회말 2루수 땅볼로 돌아선 김형준은 4회말부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은 NC가 0-3으로 끌려가다 서호철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4-3으로 역전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서호철의 후속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선발투수 곽빈의 3구 137km 높게 형성된 슬라이더를 받아 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벼락 같은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사상 첫 연속 타자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다.
5회말 삼진, 7회말 3루수 땅볼로 잠시 숨을 고른 김형준은 NC가 11-6으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에서 다시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두산 우완 불펜 자원 홍건희의 4구 137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작렬시켰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었다.
최종성적은 5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 이 같은 김형준의 활약과 더불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만루포 및 6타점을 올린 서호철(4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 6타점)의 수훈에 힘입은 NC는 14-9로 두산을 격파하며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김형준은 “중요한 경기였다. 한 경기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승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첫 번째 홈런을 쳤던 4회말 상황에 대해서는 “(앞선 타자였던) (서)호철이 형이 홈런을 쳐서 기분 좋게 타석에 들어갔던 것 같다. 홈런 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나가다 맞은 느낌이었다. 집중해서 쳤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한 점차보다는 2점차가 좋으니 그게 더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8회말 두 번째 홈런에 대해서는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많이 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홈런을 노리고 친 것은 아니지만 노리는 구종, 코스를 보고 자신있게 돌렸다. (홈런이 나와) 저 스스로도 놀랐다.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항저우에서의 경험은 그를 부쩍 성장시켰다. 김형준은 “아시안게임에 갔다 오고 많이 바뀌었다. 여유가 많아진 것 같다”며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 대회에서 중요한 시합을 했다. 그 때의 긴장감을 느껴보니 오늘 와일드카드 결정전 같은 중요한 경기를 하는데 있어 긴장감은 있었지만 떨리거나 붕뜨는 느낌은 없었다. 아시안게임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김형준의 목표는 NC를 더 높은 곳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상대는 3위 쟁탈전에서 NC에 한 발 앞섰던 SSG. 김형준이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NC의 설욕 및 플레이오프 진출에 앞장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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