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DL건설 주식 모두 사들이는 DL이앤씨
DL이앤씨 신주 DL건설 주주에 지급
신주 발행량만큼 자사주 소각도 진행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널리 알려진 건설회사 DL이앤씨가 자회사 DL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포괄적 주식교환은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을 받고 일정 비율대로 A회사 주식을 주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DL이앤씨는 DL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후 상장폐지할 계획인데요. 이 같은 계획을 진행하는 이유로는 같은 사업을 하는 모회사, 자회사가 증시에 동시에 상장돼 있어 발생하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어요.
보통 모회사와 자회사가 증시에 동시에 상장된 경우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처럼 회사를 분할 후 상장하는 경우를 떠올릴 텐데요. 이름만 보면 DL건설과 DL이앤씨의 관계도 이와 비슷해 보이죠. 그러나 DL건설은 DL이앤씨로부터 분할한 회사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두 회사의 관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DL이앤씨와 DL건설 주주들은 어떻게 이번 주식교환에 대응해야 하는지 확인해 볼게요.
DL이앤씨, DL건설 완전자회사 만드는 이유는?
'동사는 DL(구 대림산업주식회사)이 영위하는 사업 중 건설사업부문을 2021년 1월 4일 분할등기일 기준으로 인적분할되었으며 2021년 1월 25일자로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됨'
DL이앤씨의 기업 개요예요. 설명처럼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건설사업부가 인적분할해 상장한 회사이죠.
반면 DL건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L그룹의 계열사이긴 하지만, DL이앤씨와는 엄연히 다른 회사예요. DL건설은 지난 1976년 삼호주택이란 이름으로 증시에 상장했어요. 이후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림그룹에 인수됐고 지난 2021년 지금의 DL건설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따라서 DL이앤씨와 DL건설은 DL그룹 계열사이면서 같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뿌리는 다른 회사인데요. DL건설보다 한참이나 늦게 상장한 DL이앤씨가 DL건설의 모회사인 이유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DL로부터 DL건설 지분 68%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태어난 건 달랐지만 결국 DL의 계열사로 건설사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중복 상장 이슈가 존재했죠.
DL이앤씨 관계자는 "DL이앤씨와 DL건설 간 투자자 분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시행하게 됐다"며 "DL이앤씨 주주는 비지배지분손익의 배당재원 합산효과, DL건설 주주는 유통주식 부족에 따른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어요.
현재 DL이앤씨는 직전년도 연간 지배주주지분순이익의 10%를 재원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DL건설이 100% 자회사가 된다면 비지배주주지분순이익이 포함돼 재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당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인데요.
현재 DL건설의 지분 63%만 보유한 DL이앤씨는 해당 지분만큼만 DL건설의 순익을 합쳐서 계산하죠. 그런데 지분 100%가 된다면 DL건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두 DL이앤씨가 벌어들인 것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식교환 후 신주발행량 만큼 자사주 소각
그럼 포괄적주식교환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정리해 볼게요. DL이앤씨는 DL건설 주주들에게 1대 0.3704268의 비율로 신주를 발행해 주기로 했어요. 해당 비율은 지난 17일을 기준점으로 최근 1개월·1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산정했어요.
DL이앤씨의 산술평균 금액은 3만1075원, DL건설의 산술평균 금액은 1만1511원으로 계산됐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고 최종 비율 1대 0.37이 정해졌어요.
DL건설의 총발행주식수는 2205만3284주인데요. 여기서 DL이앤씨가 보유한 물량 1437만2322주와 자사주 4263주를 제외한 794만8361주가 교환대상 주식.
여기에 주식교환 비율을 적용하면 DL이앤씨가 신규로 발행해야 하는 주식은 294만4285주. DL이앤씨 총발행주식수의 7.6%, 유동주식수의 10.6%에 달하는 물량이에요. 이처럼 신주가 발행되면 기존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DL이앤씨는 신주 발행량만큼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에요.
현재 DL이앤씨가 보유한 소각 가능한 자사주는 125만8066주인데요. 주식교환으로 인한 신주 발행 예정량보다 168만6219주가 부족하죠.. 따라서 향후 3개월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다고 해요.
순서를 정확히 살펴볼게요. 먼저 DL이앤씨는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에요. 자사주 168만6219주는 오는 2024년 1월 18일까지 약 3개월간 매입해요. 매입한 자사주는 내년 2월 8일 소각해요. 다음으로 2월 14일 주식을 교환해 일정이 마무리돼요.
포괄적 주식교환 반대 한다면?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식교환 계획이 DL이앤씨와 DL건설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가 보유한 DL건설의 지분 가치는 약 1622억원이지만 상장 자회사에 대한 할인율을 감안하면 주주가치에 온전히 기여하고 있지 못했다"며 "50% 할인율 가정하면 약 800억원의 숨겨진 가치가 있었던 셈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어요.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배당금, 밸류에이션 면에서 DL이앤씨 주주에게 호재인 이벤트"라며 "DL이앤씨 주가 상승을 가정해도 주식 교환비율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DL건설 주주 차원의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어요.
그럼에도 이번 주식교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면 DL건설 주주들은 주식교환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회사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이를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하죠. DL건설은 오는 12월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교환을 위한 특별결의를 진행하는데요. 전날인 12월 20일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해요.
주식교환 반대 의사를 표한 주주는 주총 결의일로부터 20일 후인 내년 1월 10일까지 회사에게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어요. 주의할 점은 주식교환 반대 의사를 표했는데 정작 주총에서 주식교환 안건에 찬성한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요.
중요한 매수 가격은 주당 1만1613원. 지난 19일 기준 주가는 1만2130원이어서 주식교환이 불만족스럽다면 지금은 시장에서 매도하는 게 더 유리한 결정일 것으로 보여요.
주요 일정 정리
마지막으로 이번 주식교환 일정을 정리해 봤어요.
-10월 18일 ~ 12월 20일 : DL건설 주식교환 반대 의사 통지접수기간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DL건설 주주는 접수 기간 마지막 날 3영업일 전인 12월 15일까지 증권사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해요.
-12월 21일 : DL건설 임시 주주총회 예정일
DL이앤씨와의 주식교환을 위한 특별 결의를 의결해요. 발행주식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해요. 대주주인 DL이앤씨가 지분 63.9%를 가지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은 없어요.
-12월 21일 ~ 2024년 1월 10일 :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
증권사를 통해 DL건설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어요. 매수 가격은 1만1613원이에요. 행사기간 2영업일 전인 1월 8일까지 신청해야 해요.
-10월 19일 ~ 2024년 1월 8일 : DL이앤씨 자사주 매입
-2024년 2월 8일 : DL이앤씨 자사주 소각
-2024년 2월 14일 : 주식 교환일
-2024년 2월 8일 ~ 2월 29일 : DL건설 주식거래 정지
-2024년 3월 4일 : DL이앤씨 신주 상장 및 DL건설 상장폐지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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