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미 국채 금리 쇼크... 국내 금리 향방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6년 만에 5%를 터치했다. 금리 쇼크로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일단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전쟁으로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이 한때 5.001%까지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미국채 금리 쇼크에 국내 증시도 얼어붙었다.
이날 2400선이 붕괴된 채 장을 시작했던 코스피는 장중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에서는 상위 18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고, 코스닥에서도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나타냈다.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연준 관계자들이 블랙아웃 기간에 앞서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늘어놓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오는 21일부터 연준 당국자들은 통화정책에 관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다.
19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덜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며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 제약적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장기 금리가 급등했다.
통상 장단기 금리차는 단기금리 하락과 장기금리 현상 유지를 통해 정상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국 재정적자 부담으로 단기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장기금리도 함께 올라가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 예산안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밝혀 재정적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장기 국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물 금리가 5%까지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10년물 미국채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금리가 5%까지 상승해도 섣부르게 매수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시장에 팽배하다"며 "시장은 금리 하락 재료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전날 한국은행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전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0개월째 동결을 유지했으나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음에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19% 오른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결정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 변동성이 커지며 지난 물가 하락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유가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5명의 위원은 물가 목표 수렴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며 "중동사태가 악화돼 물가 상황이 경로를 크게 이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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