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이냐, 전권이냐’…국힘, 혁신위 놓고 격론

■ 최고위서 위원장 인선 난상토론
‘경륜 있는 인물’ 하마평 속
“안정적인 혁신위 경계해야
파괴적 혁신 가능한 인물을”
“당에 발 담갔던 사람은 안돼”
위기의식따른 쓴소리 쏟아져

무거운 분위기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무거운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혁신위원장을 잘못 뽑으면 우리 다 죽는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도체제 안정이나 연명을 위한 이른바 ‘안정적 혁신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는 최근 후보를 낙점하고 의사를 최종 타진했으나, 아직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국민의힘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사전회의에 참석한 지도부가 “우리와 결이 다른 사람이 혁신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김 대표에게 건의하는 등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국민의힘 활동 전력이 있는 외부 인사에게 의사를 타진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전직 정치인이나, 국민의힘에서 만들었던 특위 같은 기구에 발 담갔던 교수 같은 사람은 ‘혁신’을 상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2기 지도부 체제가 들어섰지만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혁신위에 어떤 인물이 오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언론에 언급되는 하마평에는 다소 안정감 있는 경륜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분들로 혁신위를 띄우면 감동도 없고 혁신에 대한 국민의힘의 의지가 반감될 수 있다”며 “혁신위원장만은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도 “혁신위가 잘 안 되면 지도부가 일하는 데 애로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윤희숙 전 의원이나 최근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의 이름도 혁신위원장 후보의 예시로 거론됐다고 한다. 혁신위의 목표와 권한, 기능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위원장을 데려온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도 나왔으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대표가 ‘정계 은퇴’를 거론한 것의 진정성을 수도권 출마로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에게 수도권 출마를 권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당 대표가 수도권에 나온다고 하면 본인 고민의 중심이 수도권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