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실적 기반한 기술주와 에너지주에 관심 가져라
이익 증가율 높은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해야
(시사저널=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10월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요 지역에 로켓을 발사하며 군사적 충돌이 시작됐다. 하마스의 대규모 민간인 테러로 촉발된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주변국 상황도 심상치 않다. 하마스-이스라엘 간 분쟁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측을 옹호하며 이스라엘과의 수교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란도 사우디와 같은 행보를 보이며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병력을 이동했다. 반대로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무기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례적으로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동지중해 이스라엘 인근 해역으로 파견해 이란과 헤즈볼라 등 주변 세력의 개입을 견제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유가다. 전쟁 발발 이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주 대비 5.9% 상승한 87.69달러로 마감했다. 추후 중동 지역 전체로 전쟁이 확산할 경우 언제든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다. 앞으로는 수요보다 공급에 이목이 더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 반등은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뉴스다. 중동의 원유 공급이 제한될 경우, 고물가로 성장세가 둔화된 글로벌 증시는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당장 그런 징후가 보이진 않더라도 잠재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불안이 형성되는 게 투자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주가는 내리고 금리는 치솟고…
실제로 상반기까지 상승 흐름을 보이던 전 세계 주식시장은 하반기 거듭되는 악재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올 상반기에 15% 상승했으나, 하반기 들어 5%나 하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9% 하락한 수준이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 지수는 상반기에 28% 상승한 후 하반기에 7% 하락하며 고점 대비로는 14% 하락했다. 미국 S&P500 지수도 상반기에 16% 상승한 후 하반기에 2%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 비해서는 낙폭이 적었지만 올해 고점 대비로는 5%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하락하던 모습을 보이던 금리는 재차 상승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고점을 상회한 4.8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3.88%와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금리도 4.2%까지 상승했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예상치였던 0.3% 증가를 크게 상회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였다. 금리가 높아도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는 건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Higher for longer)'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는 유가 상승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 환경을 나타내는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 건 내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도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가 상승 여파가 2개월째 반영 중이다. 주거 관련 물가도 다시 상승하며 안심하지 말라는 통계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
통화정책 면에서 보면 공격적인 긴축에 따른 부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FOMC(미국 연방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신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수치(5.6%)를 그대로 두고 2024년 점도표를 통해 인하 시기나 강도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긴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FOMC 이후에도 연준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매파적 견해들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잇따른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면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을 받아들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순이익보다 FCF 증가율 높은 종목 '주목'
실질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업종 선별 시 증가율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꼽아야 한다. 증가율 중에서도 매출보다는 영업이익, 영업이익보다는 순이익 증가율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재무 구조 개선 차원에서 부채비율이 축소되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 또한 이익증가율이 현재 주가에 이미 반영된 업종보다는 향후 이익증가율이 높아질 업종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실질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순이익보다 FCF(Free Cash Flow·잉여현금흐름) 증가율이 높은 업종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헬스케어, 화학,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에너지 업종이 위의 기준들을 충족하는 업종이다.
연말 주식시장에서는 계절성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대주주 양도세, 기관들의 수익 확정, 북 클로징, 배당락 우려 등 이슈에 영향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말까지 공매도 상위 종목군의 강세가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배당락에 대한 우려로 저PER 및 고배당 스타일이 연말까지 부진해 왔다는 계절성도 나타난다. 또한 실적이 상향되는 스타일은 11월 부진 이후 12월 반등 움직임이 나타난다. 펀드의 전년 실적을 확정하는 클로징 수요가 11월부터 나타나고, 12월부터 내년 펀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실적 베팅이 이루어지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M7(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빅테크가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금리 환경하에서 좀 더 선별적인 종목 선정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빅테크 내에서 견조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혁신 모멘텀이 있는 종목으로 차별화가 예상된다. 추가적인 혁신 모멘텀은 상용화에 다가설 수 있는 AI 킬러앱, 즉 생성형 AI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은 생성형 AI 관련 투자가 반도체 및 관련 소재, 부품, 장비 종목에 집중됐다면 서버 증설 경쟁이 끝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 부문에서 고객 기반 자체 데이터를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 중에서 생성형 AI 접목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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