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백신 스타트업에 6조 투자하는 미국...감염병 R&D예산 삭감한 한국

박건희 기자 2023. 10. 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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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건부가 '프로젝트넥스트제너레이션' 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HS)가 차세대 백신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총 50억 달러 규모(약 6조7000억원) 예산을 단클론 항체(mAb), 비강내 백신 개발 등에 투자한다. 감염병과 백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한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국 HHS는 차세대 백신 개발 프로젝트 '프로젝트 넥스트젠(Project NextGen)'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넥스트젠' 구상안을 발표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1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번 투자 계획을 바라보는 미국 과학계의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프로젝트 넥스트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정점을 찍었을 무렵인 2020년 5월 미국 정부가 시행한 대형 백신 개발 프로젝트 '오퍼레이션 랩 스피드(Operation Wrap Speed·OWS)'의 후속이다. 당시 존슨앤존슨의 얀센 제약, 아스트라제네타, 모더나 등 굵직한 제약 기업들이 각각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생산했다. 당시 총 투자 규모는 180억 달러로 약 24조원에 달했다.  

이번 '프로젝트 넥스트젠'의 총 투자 규모는 OWS에서 훨씬 줄어든 총 50억 달러(약 6조 7000억원)다. 투자 대상으로는 대형 제약회사가 아닌 스타트업 기업들이 선정됐다. 던 오코넬 HHS 차관은 13일 "비강내 백신, 자가증폭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이 주요 연구개발 대상"이라며 "선정 기업들은 몇 달 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백신 개발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기업은 캐슬백스(CastleVax), 코다제닉스(Codagenix), 그릿츠스톤 바이오(Gritstone Bio) 등 스타트업 제약회사 3군데로 약 2800만달러(약 380억원)를 지원받는다. 다만 일정 기간 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특정 조건에 도달한 경우에 투자금이 지급되는 형식이다. 

캐슬백스와 코다제닉스는 기존 주사 형식이 아닌 콧속에 백신을 직접 분사하는 형식인 비강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가 호흡기 바이러스인만큼 비강내 직접 분사로 더 강한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릿츠스톤 바이오는 자가증폭 mRNA 백신을 개발중이다. 적은 mRNA 원료로도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대표적인 차세대 백신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바이오텍 기업 '리제네론'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투자금인 3억2600만 달러(약 4424억원)를 받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항원에만 결합해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단클론 항체(mAb) 치료제 개발에 주력한다. 

이밖에 백신 유통에 필수적인 콜드체인과 검체 라이프사이클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아메리칸 타입 컬처 콜렉션(ATCC)'에 약 8700만달러(약 1182억원), 모더나의 백신 임상 파트너로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를 분석하는 회사인 'PPD'에 약 1억 2600만달러(약 1358억원)를 투자한다.

제니퍼 누조 미국 브라운대 공중보건대 팬데믹 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기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을 개선할 수 있으며 여타 전염병 대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캐슬백스 백신 공동 개발자인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플로리안 크램머 박사도 "이전 프로젝트의 선호 대상이었던 대형 제약회사에서 벗어나 가장 위험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의 지난 6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과학계와 보건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OWS만큼의 막강한 자금력도 없는데다, 만약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가 정점에 이르렀을 당시 이뤄졌던 각국 정부의 백신 대량 구매 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프로젝트 넥스트젠'이 단클론 항체(mAb) 치료제에 투자금을 대량 배정한 것에 대해 마크 다이불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 전 의장은 "mAb는 개발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백신을 신속하게 대량생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 번 투여받는 데 8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항체를 개발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2024년도 R&D 예산안 중 '신·변종 감염병 대응플랫폼 핵심기술개발 사업' 예산 및 '감염병 차세대 백신 기초 원천 핵심기술개발 사업' 예산을 각각 2023년 136억 원에서 2024년 27억 2000만원, 2023년 91억 원에서 2024년 18억 2000만 원으로 줄이는 등 전년도 대비 약 80% 삭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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