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마의 5%’ 돌파… 16년간 ‘경험못한 고금리’ 불안 확산

이관범 기자 2023. 10. 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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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마의 벽'으로 불리는 연 5% 시대에 진입했다.

일례로, 미국 부동산 버블(거품)이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글로벌 경기침체'가 2007년 발생하기 직전인 2006년부터 10년물 금리는 연 5%대를 넘나들었고, 경제위기로 침체를 맞고서야 다시 연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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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금융시장 충격
10년물 美국채금리 연일 급등
2007년 위기땐 침체로 이어져
한·미 중앙銀 연일 매파 발언
“고금리 장기화 불가피” 시사
코스피 급락 등 금융시장 흔들
“여전히 인플레 우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일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마의 벽’으로 불리는 연 5% 시대에 진입했다. 이를 두고 세계 경제를 괴롭혀 온 고금리와 고물가 고통이 본격적으로 서민 경제와 금융 시장을 거세게 흔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당국을 이끌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일제히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경고하며 경각심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7개월 만에 2400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외 시장도 연일 국채금리 공포에 바짝 얼어붙고 있다.

◇‘마의 5% 시대’ 파장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5%대에 진입하면 세계 경제에는 큰 충격파가 발생하곤 했다. 10년물 금리는 경기 예측과 고용, 물가, 주식시장 상황 등을 종합 반영한다. 일례로, 미국 부동산 버블(거품)이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글로벌 경기침체’가 2007년 발생하기 직전인 2006년부터 10년물 금리는 연 5%대를 넘나들었고, 경제위기로 침체를 맞고서야 다시 연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주택 대출 금리는 이미 2000년 이래 처음으로 다시 연 8%대를 넘어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과거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돌아보면 대부분이 경기 침체를 동반했다. 한국은행이 작성한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이후의 실물 경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Fed의 금리 인상 흐름이 종료된 사례는 여섯 차례였다. 이 중 네 차례의 경우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1년 이내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현 상황을 두고 “산에 오를 때보다 하산할 때 사고가 난다”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중앙은행 총재 “고금리 고통 길어질 것” =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고, (안정화를 위한) 길은 험난하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사실상 현 긴축 수준이 생각보다 더 오래 갈 것임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 경제를 식히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 놨다.

이창용 총재도 전날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동결하면서도 “금리가 예전처럼 다시 금방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금융통화위원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레버리지해서(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공포 확산 =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4.26포인트(1.00%) 내린 2391.54에 개장한 뒤 2% 가까이 낙폭을 키우며 2370 안팎을 등락하고 있다. 장중 24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틀 사이에 9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관범·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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