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30년 연간 55만대 판매”… ‘제2 중동신화’ 쓴다

■ 전기차 중심으로 공략
지난해 중동 판매량 229만대 중
현대차·기아는 총 32만대 팔아
올 3분기실적 전년비 14% 성장
2027년 라인업 2배로 늘릴 예정

현대자동차·기아가 중동(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 등 14개국 기준) 시장에서 오는 2030년 연간 55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부터 매년 6.8%씩 판매를 늘려 2030년에는 2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부호(富豪)가 많은 중동은 럭셔리·슈퍼카의 성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운전 합법화, 인구 증가, 전동화 전환 등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우수한 상품성과 공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앞세워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시장을 적극 공략해 제2의 중동신화를 쓸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을 전후로 산업 수요 3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시장에서 현대차가 2032년 35만 대, 기아가 2030년 21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서 판매된 차량은 총 229만 대로 이 중 현대차는 8.0%(18만2934대), 기아는 6.2%(14만1505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중동은 현대차와 기아가 거의 반세기 전부터 진출한 시장으로 한국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곳”이라며 “새롭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중동에서 성공 스토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1976년 바레인에 포니 40대, 기아는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 픽업 10대를 수출하면서 중동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악재를 딛고 최근 다시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26만8311대를 판매한 현대차·기아는 2021년 32만9640대, 지난해 32만4439대로 연간 판매량을 3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까지는 28만109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24만6152대)보다 14.2% 성장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아반떼(3만4215대), 투싼(2만7868대), 엑센트(2만7692대)였고, 기아에서는 스포티지(1만9826대), 페가스(1만3203대), 셀토스(1만1654대) 순이었다.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에서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5만2000대를 팔아 토요타(11만4000대)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2만1000대를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우수한 디자인과 상품성을 지닌 현대차·기아의 차량이 사우디에서 젊은 층과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6개 모델인 전기차 라인업을 2027년까지 2배 이상 늘리고, 2032년에는 중동 전체 판매 물량 중 전기차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기아도 올해 4개인 전기차 모델을 향후 11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