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건강보험도 함께 봐야 한다[포럼]

2023. 10. 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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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의사협회 등 의사들이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각 지자체와 대학 등에서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지만, 의사 수가 늘어날 때 인구 고령화로 급속히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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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정부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의사협회 등 의사들이 강력 투쟁을 선언하고, 각 지자체와 대학 등에서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는 정책을 추진할 때와 유사한 혼란이 재발할 조짐이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 후 351명이 줄어든 이래 3058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당시의 총인구는 4614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5155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 2000년에 2.80%였던 건강보험료율이 2023년 7.09%로 높아졌는데도 의대 정원은 23년 전과 똑같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사 인력 과부족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1만4334명 부족하고, 2035년에는 2만7232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많은 국민은 의대 정원의 확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중앙과 지방 간의 의사 인력 격차와 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 등 전공별 의사 인력의 수급 문제가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지만, 의사 수가 늘어날 때 인구 고령화로 급속히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2022년 건보공단과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 등에 지급한 진료비는 102조4277억 원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사용한 진료비가 44조1187억 원으로 43.1%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의료비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인력이 늘면 의사의 보수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특성상 의료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행 진료비 지불 체계로는 늘어난 의사 인력이 기존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진료 행위를 더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대가로 건강보험 수가를 더 높여주는 거래가 암묵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면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반적인 의료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공적연금 재정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55년 이전에는 연금을 지급할 기금을 적립하는 구조이지만, 건강보험은 적립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의 증가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2023년의 건강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7.09%이지만, 법적 상한 8.0%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2060년쯤이면 소득 대비 24%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의료비 증가를 억제할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의료 관련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수술 로봇은 의사를 보조하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듯이, 의사 인력의 수급을 현재의 의료 기술 환경에서 예측하기는 힘들다. 현재 의원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원격의료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대 정원을 포함, 보다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의료개혁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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