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스포츠’ 논쟁의 답[뉴스와 시각]

김인구 기자 2023. 10. 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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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마무리됐다.

바둑, 카드 게임, e스포츠 등의 공통점은 대개 가만히 앉아서 하는 정(靜)적인 경기라는 점.

이 종목들이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은 인간이 스스로 움직여 얻는 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끊임없이 몸을 단련해서 높은 경지의 신체능력을 발휘하는 게 스포츠라고 할 때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앉아서 하는 마인드 스포츠는 전통적 스포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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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지난 8일 마무리됐다. 한국은 금 42, 은 59, 동 89개로 종합순위 3위에 올랐다. 최소한의 목표 달성이다. 그러나 국민은 더 이상 순위나 금메달 개수에 목매는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선수들이 무대 뒤에서 얼마나 땀 흘리고 노력했는지에 더 박수를 보냈다. 그런 초인적인 투지와 열정 자체가 금메달보다 값진 감동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새삼 1140명 선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바로 이 숭고한 땀의 가치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둑, 체스, 브리지, 샹치, e스포츠와 관련해서다. 이른바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로 불리는 이 종목들이 과연 스포츠냐 아니냐는 것이다. 마인드 스포츠란 집중력과 지능을 이용해 겨루는 스포츠를 말한다. 신체적 능력을 사용하는 전통적·일반적 스포츠와 대비되는 의미로 쓰인다. 1997년 영국에서 처음 열린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에서 종목과 용어가 유래했다. 바둑, 카드 게임, e스포츠 등의 공통점은 대개 가만히 앉아서 하는 정(靜)적인 경기라는 점. 당연히 굵은 땀방울을 흘릴 일은 거의 없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이 종목들이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은 인간이 스스로 움직여 얻는 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끊임없이 몸을 단련해서 높은 경지의 신체능력을 발휘하는 게 스포츠라고 할 때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앉아서 하는 마인드 스포츠는 전통적 스포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스포츠로 인정하는 쪽은 두뇌 플레이의 가치에 초점을 둔다. 비록 땀을 흘리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을 투입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몇 시간씩 집중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요구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게다가 나이나 성별의 제한이 적다는 게 매우 큰 장점이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태동한 이래 올림픽 종목은 크게 바뀌었다. 1회 아테네 대회 때만 해도 9개에 불과하던 종목은 내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는 32개로 늘어났다. 육상, 수영 등 전통의 스포츠에서 시작해 지난 120여 년간 채택과 퇴출을 반복했다. 최근 열린 제14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선 야구·소프트볼, 스쿼시, 플래그 풋볼, 크리켓, 라크로스 등 5개 종목이 2028 LA올림픽 종목으로 추가됐다. 야구를 제외하곤 우리에게 낯선 종목이 더 많다. 이들 종목이 채택된 배경에는 막대한 TV 중계권 수입 같은 게 있을 것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시청률에 고전하는 IOC의 궁여지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들 종목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결과라고 해석하고 싶다.

마인드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처음이라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다. 내버려두면 된다. 재미있고 유익한 종목이라면 스스로 설 자리를 찾을 것이다. 땀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받아들여지느냐의 문제다. 적어도 고귀한 올림픽 정신에만 위배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다툴 필요는 없다. 100년 후엔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현실(VR) 스포츠가 올림픽에 나올지 누가 알겠나.

김인구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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